SBS 뉴스

노 전 대통령, 이 시각 이동상황은? ①

봉하에서 대검까지, 5시간 20분의 영상전화 특보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제 머리 위로 영산분기점이 6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지나갔습니다."

대형버스를 이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길. 지난 4월 30일 아침, 전례 없던 전직 대통령의 상경길을 뒤따르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였다. 고속도로 상에서 마구 쏟아지는 5시간 20분의 뉴스거리들 앞에, 5번의 생중계를 했다. 사상 처음으로 기록될지 모를 휴대전화 영상통화 생중계. 처음 현장을 부르는 앵커 멘트가 들린 것은 아침 8시 23분. 노 전 대통령 일행이 봉하 마을을 떠난 지 20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우리는 소나타 취재차량으로 일행을 뒤쫓고 있었다. 영상기자 선배는 앞자리에서 휴대전화 영상통화 카메라로 나를 비추고, 뒷자리에서 난 다른 전화기로 뉴스센터를 연결해 둔 상태. 남해고속도로 상의 한 터널을 지나자, 앵커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그럼 지금 노 전 대통령 일행을 뒤따르고 있는 SBS 취재기자를 연결합니다. 최우철 기자!"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 크로스 토킹은 예정돼 있지 않던 것이다. 통상적인 중계차 멘트를 떠올렸다. "네, 남해고속도로에 나와 있습니다."

사실 1분 30초 분량의 가상기사를 써 두긴 했다. 하지만, 시속 90킬로미터 속도로 고속도로를 진입한 차량을 쫓으면서 팩트는 계속 바뀌고 있었다. 언제 나를 부를지 모르는 특보 상황에서, 머릿속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 '기본적인 기사의 틀만 잃지 말자.' 지금이 어디며, 속도는 얼마나 빠르고, 경호상황은 어떤지, 취재경쟁은 어떤지 정도 순서를 따를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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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지금 시각을 의미있는 팩트로 표현해야 했다. "네, 노무현 전 대통령 일행이 경남 김해 봉하 마을을 출발한지 20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위치야 말로 가장 중요한 팩트. "조금 전 제 머리위엔 (경남 창녕)영산분기점이 6킬로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지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왕 내가 그의 뒤를 바짝 쫓고 있으니,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게 현장성 있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곤 무얼 하지?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그림을 설명하자. 다행히 DMB로 현장 그림이 나가는 게 보였다.

"지금 보고 계신 차량은 다른 방송사 취재차량이구요. 저희 왼쪽 앞에 보이는 대형버스. 71가 1102 번호를 단 노 전 대통령이 탄 차량입니다."라는 즉석 기사를 핸즈프리 마이크로 외쳤다. 가상으로 틀을 짜긴 했지만, 순식간에 뒤바뀌는 상황 앞에 '애드리브'로 작성한 기사 몇 줄이 타전되고 있었다. 흥분 그 자체였다.


사전취재 플러스 현장성

사실 이동경로는 물론이고, 경호 차량이 몇 대인지도 사전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장 특보에서 조차도 경호와 관련해선 모든 게 비밀에 부쳐져있다는 멘트가 자주 나왔다. 그러나 센터에서 나를 연결한다면, 단 1분이라도 '팩트'를 전달 해야만 했다. 경호 차량이 몇 대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경호가 삼엄하다고 하면 '에이, 바로 뒤를 쫓고 있다는 기자가 하는 말이 뭐 저래.'하고 싱거워 할거 란 생각을 했다. 해답은 사전취재였다.

고맙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발하기 직전, 중계 카메라에 대형버스의 번호판이 잡혔다. 일단 받아 적자. 이것도 이 순간엔 중요한 뉴스거리라 믿었다. 그리고 헬기 그림으로 보이는 경호행렬. 모두 다섯 대 두 번째에 버스가 있었다. 승용차 뒷자리에서 그것도 다른 취재차량과 섞인 상태로 순서를 알긴 힘들었다. 첫 특보 순간. 갓 나온 팩트들을 현장 묘사 뒤에 덧붙였다.

이제 무슨 말을 하지? 엄습하는 공포. 잠깐의 공백도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생중계였다. 언뜻 내 가상 원고를 봤다. 취재경쟁을 상상한 기사가 있었다. "취재경쟁도 치열한데요." 미리 취재해 둔 공동취재단 차량 숫자. '방송사 6대, 신문사 4대'라는 메모를 봤다. "지금 방송사 차량 6대, 신문사 차량 4대 이렇게 10대의 취재차량이 노 전 대통령 일행을 뒤따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 한 마디 추가. "지금 사전에 합의를 하지 않은 신문사 차량들이 끼어들면서, 뒤엉켜서 차량이 많아진 모습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예상했던 기사로 마무리. "영상기자와 사진기자들은 행여 노 전 대통령의 표정이 보일까 노 전 대통령의 버스에 바짝 다가서는 모습도 자주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클로징.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 일행이 지나고 있는..." 아차. 정확한 지점을 말하려고 차창 밖을 봤지만 이정표가 없었다. "... 남해고속도로 상에서 SBS 최우철입니다."

1분 50초 정도 지난 시간. 휴. 내가 뭘 한 거지? '아쉬웠다는 질타만 받지 않으면 좋을 텐데...' 쉴 새 없이 말하고 난 뒤 조금은 불안한 허무감이 찾아왔다. 잠시 뒤 데스크 차장 선배의 전화. "다음엔 좀 더 길게 해도 돼. 일단 평이 좋아." 뒤통수부터 코끝까지 나의 피들이 신나게 온 몸을 뛰어다니는 느낌이 찾아왔다. '그래, 다음엔 좀 더 풍부하게 하자!' 짧은 안도와 함께 왼쪽 귀의 이어폰을 뺐다.

헉, 기자 얼굴 대신 전지현 얼굴이?

'가라면 간다. 뻗치라면 뻗친다. (인터뷰) 따라면 딴다. (리포트) 말라면 만다.' 사스마와리(언론계에서 경찰출입 사건기자를 일컫는 용어. ‘察回[경찰서를 돈다]’의 일본식 발음.)의 전투적인 취재관을 드러내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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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영상통화 생중계 역시 그랬다. '쫓으라면 쫓는다. 쫓으면서 중계하라면 한다.' 영상통화 생중계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언제나 현장취재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신, 나의 사회2부 사건팀 데스크 선배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현장을 쫓으며 생중계를 한다. 그러나 송출이 불가능한 상황. 영상과 오디오가 합쳐져야 방송기사는 '전파'라는 매체를 탈 수가 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팀은 저화질을 감수하고도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택한 것이었다. 다만, 영상통화로 오디오까지 전송하는 건 위험하니, 안정적으로 원래 전화 생중계 방식을 추가했다. 한 대는 오디오만, 한 대는 영상만 책임지는 거였다. 단 두 대의 휴대전화만으로 하는 이동 특보 생중계! 초유의 휴대전화 생중계도 사스마와리식 발상이 출발이었다. (타 방송사에게 한 마디 하고픈 마음도 든다. 참 쉽죠잉~?)

여기서 보다 더 사스마와리다운 방식을 한 가지 더 공개한다. 우리가 보낸 영상통화 그림은 어떻게 TV로 중계 됐을까. 쉽지만 사고 확률이 적은 방법. 현장 영상전화 화면을 수신하는 누군가의 휴대전화 화면을 센터에서 곧바로 찍는 것이다. 휴대전화 중계에 고전적인 ENG중계를 더한 것이다. (역시. 참 쉽죠잉~?)

노 전 대통령 일행이 출발하자마자 우린 리허설을 했다. 쉽고 안전한 중계 방식을 사전에 숙지했지만, 사고 가능성은 도사리고 있었다. 풀 터치 휴대폰의 치명적인 맹점이 사고를 친 것이었다. 간단한 손 끝 터치로 '대체영상'을 누른 것이었다. 간이 리허설 도중, 갑자기 S전자 A휴대전화 모델 전지현 씨의 아름다운 모습이 송출됐다.(기본 대체영상으로 전지현 사진이 설정돼 있다.) 깜짝 놀란 뉴스센터 선배의 전화를 받고 '대체영상'도 바꿨다. 내가 중계를 하는 듯 말하는 사진을 미리 찍어 대체영상에 저장했다.

영상 사고 가능성을 해결하고 나서, 오디오 전송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치도 했다. 통화 중에 다른 전화가 걸려올 때, '뚜뚜'하는 전달음을 없애야 했다. 이 전달음이 들어오면 내 목소리가 중간중간 들리지 않는 탓이었다. 끊김 없이 전화하는 방법. *680을 누르는 것이었다. (해제하려면 *68을 누르면 된다.)

두 가지 사고 가능성을 줄이고서야, 첫 영상통화 생중계는 시작됐다. 우린 다시 5시간 더  노 전 대통령 일행을 따라가며, 4번의 영상통화 중계 리포트를 더 했다. 수많은 돌발상황 속에 '팩트'를 정렬해가며 타전하는 스릴. 370킬로미터 영상통화 생중계의 장정도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편집자주] 사회2부 사건팀의 최우철 기자는 2007년에 SBS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특유의 적극성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사건 현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작지만 빛나는' 진실을 찾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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