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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100일, 국정 운영능력 일단 '합격점'

경기부양·'부시와 차별화' 주력…지지율 6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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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후 100번째로 맞는 날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1천461일 가운데 또 다른 하루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치의 오랜 관행에 따르면 취임 후 첫 공개 성적표를 받는 날이라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공황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집권하자마자 많은 일을 속사포처럼 해낸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첫 100일 동안 어떤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줬는지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점수 매기기를 비켜갈 수 없었고,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등 집권세력의 핵심 인물들은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취임 100일은 상업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밸런타인 데이' 같은 것"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리면서도 내심 언론의 평가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일단 미국민들은 오바마가 지난 100일 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합격점을 주고 있다.

우선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23일 발표된 AP통신과 시장조사기관 GfK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64%로 조사됐다.

취임 당시 80% 안팎, 취임 한달 무렵 67%의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허니문 효과'의 약발이 점차 떨어져 가는 시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국민지지를 받은 셈이다.

지난 1953년 이래 역대 대통령의 집권 첫 100일간 여론지지도 평균이 65%다. 따라서 오바마는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전 대통령과 같은 절대적 지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단 합격점을 받는 데는 성공했다.

백악관은 지지율 자체보다는 이번 조사에서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견이 최근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부정적인 대답을 제친 데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고 대선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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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바마는 지난 100일간 내치에서 외교에 이르기까지 조지 부시 전임 정부가 남긴 `부(負)의 유산'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60%를 웃도는 국민의 지지는 바로 오바마의 이런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이 기간에 내놓은 정책을 보면 과연 이런 일이 100일 내에 가능했을까 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다양하고 방대한 게 사실이다.

미 역사상 최대규모인 7천870억 달러의 경기부양법안 처리, 관타나모 기지 수용시설 폐쇄 명령,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결정,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증파,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아동 건강보험 확대법안 서명,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 근절 노력, 대쿠바 여행.송금제재 완화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한꺼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정책노선에 대해 진보진영은 열광했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은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오바마의 국민지지가 60%에 그친 것은 초당적 지지를 견인해 내는 데 실패한 불가피한 결과라는 해석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대선기간 내내 통합을 기치로 내걸어 당선했던 오바마는 역설적이게도 적어도 취임 100일동안은 가장 `정파성'이 강한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기록될 운명에 놓였다.

오바마가 벤치마킹을 시도했던 케네디의 경우에는 취임 100일 동안 반대의견이 불과 6%에 그쳤지만, 오바마는 현재 케네디의 4배에 달하는 20%대의 반대세력을 마주 대하고 있다.

오바마의 정파성은 지난 2월 경기부양법 표결에서 하원의 경우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이 한 명도 없었고, 상원에서도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이 고작 3명에 불과했던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집권세력 지지집단이 대통령에 대해 보여준 최고 지지율에서 야당 지지층에서 나타난 최저 지지율을 빼는 방식으로 산출되는 정파성 지수에서 오바마는 평균 60을 기록했다. 이는 당파성이 강했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57%,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51%를 웃도는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의 정파성이 강하게 나타난 이유는 지난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돼 온 워싱턴 정계와 국민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에다 오바마의 `반(反) 부시' 정책기조에 대한 반발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파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전방위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국정에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는 거의 매일 TV에 모습을 드러내고 풍력발전의 필요성에서부터 테러용의자 고문메모 공개배경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발신한다.

오바마는 2010 회계연도 예산처리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심야토크쇼에 출연하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대중과의 직접 정치, 소통정치를 정치 자산화하고 있다.

또 오바마는 지난 100일간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면서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틀어졌던 유럽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대선 당시 공약했듯이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대해 적극적인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스마트 파워' 외교의 꽃을 피우고 있다.

오바마는 이제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에너지, 건강보험, 교육 등 3대 개혁과제를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위기 극복, 신용경색 해소, 주택소유자 구제, 이민법 개정, 워싱턴 정치의 개혁 등의 숙제도 쌓여 있다.

따라서 오바마 100일에 대한 평가는 `주마가편'의 성격이 강하다. 국민지지는 합격점인 60% 중반이지만, 오바마를 고무하는 글들이 언론에 넘쳐나는 이유는 이런 연유에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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