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다분히 `감정싸움'이라고 보일 만큼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면서 시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법원측이 광주시에 "승소 확률도 낮고,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시간끌기' 소송을 그만두라"고 권고했지만 시는 다시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갈 태세다.
5년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그 동안 지출된 비용과 패소할 경우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소송의 배상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시민들의 혈세를 축내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5년째 지루한 소송 = 광주시 4급 공무원이던 정운채(60) 씨는 자신의 승진이 발표됐는데도 승진 임용이 이뤄지지 않자 1년여를 기다린 끝에 2005년 법원에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자신을 승진 임용하지 않은 것은 시장이 인사권을 남용했기 때문이라는 정 씨의 주장은 1심 승소, 2심 패소 등으로 엎치락 뒤치락 한 끝에 지난해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깨고 돌려보냈다.
고법은 대법원의 취지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의중이 반영된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에도 광주시는 불복, 또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1948년 11월 5일생인 정 씨는 정년이 가까워졌다.
광주시의 `노림수' 대로 결국 승진 임용이 이뤄지지 못한 채 불명예스러운 퇴직을 하게 된다고 판단한 정 씨는 자신의 실제 생년월일이 호적에 기재된 것보다 1년 뒤인 1949년 11월 5일생이라는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정 씨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광주시에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공무원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소송도 순탄치 않았다. 1,2심에서 연달아 패한 정 씨는 마침내 대법원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이끌어 내 고법은 최근 다시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시는 아니나다를까 이번 판결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할 뜻을 밝혔다. `1, 2심에서 이겼기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대표적인 `낭비 소송' 사례" = 정 씨의 `공무원지위 확인' 청구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광주고법 행정2부 선재성 부장판사는 광주시의 이 같은 행태를 강도높게 질책했다.
선 부장판사는 박광태 시장을 겨냥해 "무익한 소송을 계속 한다면 광주 시민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시민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가 박 시장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해 결과가 불 보듯 뻔한 데도 감정 싸움을 하듯 `시간 끌기용' 소송을 계속 하면서 지자체와 시민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 부장판사는 정 씨가 요구하는 정년이 올해 말로 끝난다는 점을 노려 광주시가 지연 작전을 펴는 것으로 판단, "시간이 흐르면 소송 이익이 사라진다"며 첫 공판에서 불과 5분 만에 미리 준비해 온 판결 주문을 읽었다.
법조계 내에서는 광주시가 `낭비 소송'을 고집하는 탓에 불필요한 소송 비용과 손해배상 청구 금액만 늘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 비용은 모두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정 씨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현재 1억6천만원이다. 이는 그나마 승진이 됐을 경우 2004~2008년 받았어야 할 임금과 실제로 받은 임금의 차액에 위자료를 합한 액수다.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한 올해 분에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추가 위자료까지 합하면 금액은 훨씬 불어날 전망이다.
소송 3건을 두고 지법 3차례, 고법 4차례, 대법 4차례를 오가면서 양 측의 변호사 선임료를 포함한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게 지출됐다. 소송 비용 역시 패소한 측에서 떠안아야 한다.
광주고법의 한 중견 판사는 "행정사건 2개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고법에서 그대로 존중했으므로 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히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손배소에서 광주시가 진다면 결과적으로 일도 하지 않은 직원에게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