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500만 달러의 운용에 관여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500만 달러와 무관하다'고 했던 건호씨의 처음 진술이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에 의해 많이 번복됐고, 검찰 입장에서 상당히 순조롭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송금받은 500만 달러의 자금이동을 추적한 결과 건호씨가 연씨와 사업을 공동 운영하는 형태로 전반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건호씨가 500만 달러 중 250만 달러를 본인이 대주주인 '엘리쉬&파트너스'로 가져온 뒤 미국에 있는 P사 등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오르고스'와 외삼촌 권기문씨가 대표인 회사에 각각 수 억원씩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7년 12월 설립된 '오르고스'는 건호씨의 경영학석사(MBA) 동문인 정모씨가 대표로 등재돼 있지만 건호씨가 결정권을 갖고 있어 사실상 주인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건호씨가 회사 운영을 위한 사무실 경비와 직원 월급 비용 등을 어떻게 정산했는지 파악하는 등 250만 달러 가운데 개인적으로 유용한 돈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500만 달러를 보냈다"는 박 회장의 진술 외에 건호씨가 이 돈으로 직접 사업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임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날 건호씨를 네 번째로 소환,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조서를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상대로 2007년 8월 박 회장,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서울 S호텔에서 '3자 회동'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하고 싶어했던 화포천 개발 등 환경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강 회장이 2007년 9월 창신섬유에서 50억원, 2008년 1월 시그너스골프장에서 20억원을 끌어다 ㈜봉화에 투자했으며 자금조성 과정에서 강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는 있지만, 70억원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은 ㈜봉화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봉하마을 인근 땅을 1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하고 대금 중 2억원을 지급한 사실을 찾아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 박 회장, 정 전 비서관을 대질신문하지 않고 따로 조사해 진술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있으며 강 회장은 이날 오후 그를 구속한 대전지검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이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받은 3만 달러도 권양숙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회갑선물 명목으로 건네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정 전 회장에게 돈을 요구를 하는 등 의견합치 과정을 거쳐 3만 달러를 받았고, 총무비서관으로서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정 전 비서관의 '포괄적 뇌물' 혐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