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았다고 의심을 사고 있는 600만 달러에 대한 궁금증이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사실상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수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할 태세지만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밝혀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100만 달러' 요구(?)·용처는 = 박 회장과 검찰,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측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100만 달러와 관련한 전달 경위와 용처에 대해 크게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2007년 6월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100만 달러를 마련해 전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반면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받아 썼으며 최근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에서 그의 진술을 토대로 증거를 확보해 6명을 구속한 만큼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청와대의 공적인 전화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점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통화를 했다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자신의 전화를 이용해 노 전 대통령에게 바꿔 줬을 가능성도 있으나 통화기록 확인도 어렵다는 것.
유선전화인 경우는 6개월, 무선전화는 1년 정도 보관하기 때문에 2007년 6월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 전 대통령의 해명대로 권 여사가 100만 달러를 받아 썼다면 우선 왜 달러로 받았는지, 용처를 왜 밝히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검찰은 100만 달러가 전달된 시점이 노 전 대통령이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 참석차 출국한 시점과 겹치고 미국 시애틀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당시 유학 중이던 아들 건호 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실제 권 여사가 사적인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해도 100만 달러를 급박하게, 그것도 달러로 받은 부분은 해명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달러'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면 권 여사가 이를 해외에서 급하게 사용할 곳이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외환 당국에 신고했는지도 의문이다.
◇ '500만 달러'는 왜 조세피난처에 =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 역시 의혹 투성이다.
연 씨와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500만 달러'의 전달 과정을 살펴보면 의문이 많이 생기는 것.
박 회장은 지난해 2월 연 씨의 타나도 인베스트먼트 홍콩 계좌로 500만 달러를 송금했고 연 씨는 이 가운데 300만 달러를 자신이 세운 다른 회사 '엘리쉬&파트너스'로 넘겼다.
노 전 대통령 측은 500만 달러가 건호 씨와는 무관하다고 그동안 주장해 왔지만 아들 건호 씨는 '엘리쉬&파트너스'의 대주주로 알려져 있고, 권 여사의 동생인 권기문씨도 이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과는 달리 어떤 식으로든 건호 씨가 500만 달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고, 여기에 연 씨가 돈을 받을 시점 직전에 건호 씨가 두차례나 박 회장을 찾아간 부분은 이같은 '연관성'에 오히려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부모인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최근에야 알았다는 점도 얼핏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게 된 경위도 정 전 비서관이 연 씨를 소개시켜 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의 장인인 건평 씨가 박 회장과 더 가까운 점을 생각해 보면 굳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야 하는 이유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또 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면서 박 회장과 연 씨간 이렇다 할 뚜렷한 투자계약서가 없는 것도 의문이다. 최근 연 씨 측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이 자료들이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연 씨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크게 신뢰하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다.
500만 달러를 타나도에서 받은 뒤 곧바로 투자를 하지 않고 건호 씨가 대주주로 알려진 엘리쉬로 옮겨가 투자된 점이라든지, 이들 회사가 모두 조세피난처에 있다는 점 역시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정상적인 투자금으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해명돼야 할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