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13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 달러가 결국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는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히는 등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12일 홈페이지에 반박문을 올려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밝혀 본인과 권 여사, 정 전 비서관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장외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노무현 "증거 내놔라" = 노 전 대통령은 반박문에서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게 구차하기도 하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는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거"라며 법조인 출신답게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가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재임 기간에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점을 몰랐다면 도덕적 비난은 받더라도 뇌물죄는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 몰래 돈을 받았다고 결론 낸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 공무원들의 경우 직무 대가성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뇌물죄와 달리 알선수재죄는 특정한 약속이 전제돼야 성립한다.
그런데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오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권 여사에게 "노 전 대통령에게 내 얘기를 잘해달라"는 식의 부탁을 하고 돈을 줬다고 보기 힘들고 수수 시기 또한 임기 말이기 때문이다.
권 여사는 특히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따로 받은 것으로 검찰이 혐의점을 두고 있는 3억원까지 본인이 받아서 썼다고 검찰에서 진술, 이 부분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할 경우 정 전 비서관도 사법처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검찰 "건호씨ㆍ권 여사는 참고인" = 검찰은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그에게 보낸 돈"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을 입증하고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보낸 500만 달러와 노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취지로 '포괄적 뇌물죄'의 공범으로 하고,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정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노 전 대통령 부분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요구로 돈을 줬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100만 달러를 영부인에게 전달하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던 것.
그럼에도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우회 전략'으로 선회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 조카사위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조사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이 검찰에서 한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검찰이 지난달 '박연차 로비'를 본격 수사하면서 "돈을 줬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수수 정황이 명확한 정·관계 인사 6명을 줄줄이 먼저 구속한 것도 법원에 박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음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권 여사가 본인이 박 회장 돈을 받아 채무변제에 썼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용처나 변제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참고인 신분'일 뿐이고 추가 소환계획이 없다고 못박아 이번 사건이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밝히는데 맞춰져 있음을 드러냈다.
건호씨 역시 여전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일종의 배수진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