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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향타를 바꿔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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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연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만 올해 보정예산(추가예산안)으로 15조엔 지출안을 마련한 데 이어,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120조엔 증가를 목표로 한 성장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또 과학기술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두 2,700억엔에 이르는 연구강화기금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대책의 총 사업 규모는 무려 56조8천억엔으로, 고용, 금융, 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할 수 있는 정책은 모두 동원한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평가입니다.

이번 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올해 성장률을 2포인트 올리고, 40만에서 50만명 가량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기 성장전략은 아소 일본 총리가 직접 발표했습니다. 아소 총리는 "일본이 종래와 같은 품목의 수출에 의존한 성장궤도로 복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성장 분야로 ① 저탄소혁명 ② 안심할 수 있는 건강장수사회 ③ 일본의 매력 발휘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제도개혁을 통해 2020까지 GDP를 120조엔 끌어 올려 모두 4백만명의 고용 기회를 창출한다는 계획입니다.

과거 「잃어버린 10년」(1990년대 거품이 꺼진 후 일본 경제가 정체상태에 빠진 기간을 일본인들은 이렇게 부르는 데 이를 한나라당이 원용해 정권을 빼앗겼던 기간을 호칭하는 말로 사용한 말)을 극복한다고 사용했던 경기부양책인 공항을 짓는다든가 고속도로를 놓는다든가 하는 지방개발 계획은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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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거론된 저탄소혁명은 태양전지와 전기차 에너지 절약형 가전을 발전축으로 삼아 2020년까지 태양광 발전 규모를 20배로 늘리고, 에코 카 즉 전기차를 비롯한 환경 친화적인 차 판매를 신차의 절반까지 끌어 올릴 것 등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의 하이브이드카 (토요타 홈페이지)

건강장수사회 부문에서는 개호(노인과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일) 종사자를 현재 130만명에서 2020년까지 22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금융위기 발생이후 경기부양책으로 이런 복지 시스템의 강화를 도모할 것을 요구하는 데 부응 하는 방안입니다.

일본의 매력발휘라는 항목에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숫자를 연간 2천만명으로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20조엔 이상 규모로 육성해서 5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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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관문 나리타 공항(나리타공항 홈페이지)

이런 정책목표와 함께 아소 총리는 "국경을 넘어 아시아 전체에서 성장하는 시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아 경제 규모를 2020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확대시키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2조엔 규모의 무역보험을 설정하고 ODA즉 정부개발원조 자금 2조원을 지원해 아시아의 인프라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일본정부의 이런 계획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의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정부가 자칭하듯 「미래 개척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출은 반으로 줄고, 세계를 주름잡던 전자산업도 주춤하고 있는 일본의 산업현실로 볼 때 획기적인 방향전환 없이는 일본경제의 회복도 어렵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서도 일본의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 즉 전기차를 비롯한 에코 카라든가,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또 세계 최고의 고령사회인 만큼 이를 대비한 투자계획도 담겨 있습니다.

한국 사회 면모가 상당부분 일본과 유사한 만큼 이런 일본의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19세기말 개항 이래 탈아입구(脫亞入區)를 주창해온 일본이 아시아 중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입니다.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G-20회의를 보고 위상 하락을 염려하던 일본이 기존의 미국 일변도 전략에서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런 방향전환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나라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대목입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패권이 쇠퇴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세계는 일단 다극체제성격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국방부가 얼마 전 실시한 경제 워 게임에서 승자는 중국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상이지만 과연 그럴까라는 의심도 남아있던 전망이 정말 현실이 돼가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방향 전환 방침은 한국의 미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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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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