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들은 보면 볼수록 참 정교하고 꼼꼼하게 잘 만드는데 에너지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또 지나치게 친절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일본 TV 드라마 [갈릴레오]로 선보였는데 역시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탄탄한 대중문학이 컨텐츠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일본이 부럽습니다.
클럽의 여종업원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야스코(마츠유키 야스코)에게 불량하기 그지 없는 전 남편이 찾아오는데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다가 그만 살해하고 맙니다. 옆집에 살며 야스코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천재 수학자이자 수학 교사인 이시가미(쓰쓰미 신이치)가 이들 모녀를 도와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시체를 처리합니다.
경찰은 야스코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이지만 이시가미의 조언을 얻은 야스코는 빈틈이 없어 보이는데, 쿠사나기 형사는 대학 동창인 천재 물리학 교수 유카와(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부탁합니다. 그런데 유카와와 이시가미는 대학시절 절친했던 친구였습니다.
추리영화라 하면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하나 하나 밝혀나가는 구조가 보통인데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을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즉 범인이 누구인지 대놓고 드러내고 가는 건데 그럼 영화보는 재미는 어디서 나오느냐. 바로 범인을 감추려는 수학자와 이를 풀어내려는 물리학자와 형사들의 대결인 것이지요.
보통 이런 경우 관객은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범인이 경찰의 날카로운 추궁과 예리한 수사를 피해나가기를 기원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장군 멍군 공방이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물리학자적인 특성이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범죄 심리학자적 특성이 더 강해 보입니다. 128분의 긴 러닝타임에 지루해질 때쯤 후반부에 중요한 반전이 제시되는데요. 그에 대한 힌트는 영화 초반부에 살짝 제시됩니다. 과연 무엇일까 알게되면 무릎을 치게 할만한 장치인데 이 정도면 무척 친절한 거죠.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품은 감정이 조금 과해지는 부분에서는 이시가미라는 캐릭터의 일관성이 약간 흐트러지는 것 같더군요. 그것이 진심이었는지 계산된 행동이었는지 부분을 애매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캐스팅도 각각의 인물의 성격에 잘 들어맞게 되어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합니다. 특히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는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잘 생겼더군요. 정우성이 중후한 중년에 이르렀을 때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 용모에 머리 좋은 천재 물리학자라니.......
복잡하고 방대한 원작을 잘 각색해 깔끔하고 무난하게 보는 재미가 쏠쏠한 일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