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첫 직선 경기교육감 선거가 남긴 과제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첫 직선으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역대 최저인 12.3%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끝이 났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책 대결보다는 보수 대 진보의 이념대결 구도가 지배했고 막판에는 정당이 노골적으로 가세하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감 선거를 정치권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시켰다.

수백억원이 들어간 선거에 총 유권자의 5%로부터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돼 대표성 논란과 함께 낭비적인 선거라는 문제도 드러냈다.

◇보수 vs 진보 '이념 대결' =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감 선거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31조 제4항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일찌감치 이런 정신이 실종됐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는 보수, 반대하는 후보는 진보로 갈려 이념 대결을 벌이면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보수 진영의 후보는 '전교조에게 경기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외쳤고 진보 진영의 후보는 'MB식 교육정책을 심판하자'고 호소하며 맞섰다.

선거전 막판에는 정당이 드러내 놓고 후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특정 후보의 유세 현장에 여당의 간판 국회의원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병풍' 역할을 자처했고 다른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야당 중진들이 참석했다.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광고
광고 영역

이 모두가 엄격히 말하자면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정신을 위배한 것이다.

◇투표율 '바닥' 대표성 논란 = 정치적 중립성 훼손 못지않은 문제점으로 낮은 투표율이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 850만5천56명 중 12.3%인 104만4천429명이 투표에 참여해 시.도 교육감 선거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상곤 당선자는 유효 투표수의 40.8%인 42만2천302표를 얻어 결과적으로 전체의 5%에 해당하는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얻은 셈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제기됐던 '대표성' 논란의 재연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직선제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진정한 교육자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교육감 선거를 학교운영위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었지만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바에야 직선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막대한 선거비용 지출 = 같은 맥락에서 직선제에 따른 막대한 선거비용 지출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기 1년2개월 남짓의 교육감을 뽑는 이번 선거에 들어간 비용은 막대했다.

경기 선관위가 쓴 돈이 460억1천만원이고 여기에 후보 5명이 선거비용 제한액(36억1천600만원)을 모두 사용했다고 치면 최대 640억원을 넘게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임기간이 고작 1년을 조금 넘는 교육감을 선출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논의하던 단계에서부터 있었다.

하지만 차기 교육감 선거를 2010년 6월 모든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기 위해 불가피한 과도기적인 선택이라는 명분에 밀려나고 말았다.

주민 직선제의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은 이런 '고비용 저효율'의 폐단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된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최근 교육감 선거 방식을 시·도지사 임명제로 바꾸는 교육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뽑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교육감 선거의 정치색 배제라는 헌법 정신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논의 과정에서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원=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