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쯤 서울 망원동의 시장 골목.
점심 때도, 저녁 때도 아닌 어정쩡한 시각. 빈대떡집에는 벌써부터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테이블마다 온갖 종류의 빈대떡이 올라와 있고, 함께 마시는 술은.. 바로 막걸리 입니다.
서민의 술 하면 '소주'가 딱 떠오르는데, 언젠가부터 그 자리를 '막걸리'가 슬그머니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럼 왜 막걸리를 찾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파는 가격은 3천 원대로 소주나 막걸리나 비슷비슷합니다. 하지만, 소주는 360ml, 막걸리는 1000ml로 가격 대비 양 차이가 엄청납니다. 굳이 같은 양 대비 가격을 비교해 보자면, 막걸리 가격이 소주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죠.
최근 불황을 맞아 위스키, 맥주는 물론이고, 소주조차 판매량은 꾸준히 줄고 있는데요. 실제로 소주는 지난 1, 2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나 줄었습니다. 하지만, 막걸리 판매량은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30% 이상 늘었습니다.
업계 사람들은 "지난 97~8년 외환위기 때도 그렇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합니다. 또다른 이유는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는 여성분이 말씀해주셨는데요.
"쌀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니까 피부에도 좋고, 식이섬유도 많아서 변비에도 좋다더라"
실제로 고려대 한국영양문제연구소의 주진순, 유태종 교수팀이 <막걸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었는데요.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6~7도로 19~20도 하는 소주보다 훨씬 낮고요. 쌀이나 밀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보니, 쌀과 밀에 들어있는 녹말질이 알코올 분해되어 나오는 단백질과 지방, 무기질, 섬유질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결국 쌀밥이나 빵에 들어있는 영양 성분이 막걸리에 들어있다는 것이죠.
또, 막걸리는 누룩을 발효시킨 대표 '발효식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발효를 할 때 나오는 인체에 유익한 비타민군, B1, B2 등이 막걸리에도 들어있는거죠. 요즘엔 누룩을 만들때 쌀과 올리고당을 9:1의 비율로 넣기도 해서요. 올리고당에 많다는 유산균이 막걸리에도 들어있다고도 합니다. 또, 막걸리는 그 자체 맛이 달달하기 때문에 다른 안주도 필요없어 살이 찔 염려도 덜하다고 하네요.
한때는 막걸리를 하루 안에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카바이트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영세한 주조장을 제외한 다른 곳에선 보름 정도 자연발효를 시킨 뒤 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고들 하시는데, 이런 현상은 순전히 카바이트 같은 물질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나온 막걸리는 마셔도 머리가 아픈 증상이 훨씬 덜합니다.
또, 예전같으면 막걸리는 하루만 상온에 냅두면 쉬어버렸을텐데요. 요즘은 살균 과정을 거치는데다, 캔이나 병같은 포장이 등장하면서 유통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대신 살균을 하게 되면 발효가 멈춰 막걸리의 제 맛이 안 날 수 있기 때문에 톡쏘는 발효주의 맛을 내기 위해 탄산을 집어넣고 있습니다.
이런 막걸리의 인기는 이제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번졌습니다. 특히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요.
2001년에는 149만 달러 어치 막걸리가 일본에 수출됐었는데, 해마다 수출량이 크게 늘어서 지난해엔 442만 달러 어치나 팔려나갔습니다. 올해는 500만 달러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일본 뿐 아니라, 미국 등 14개 나라에도 막걸리는 수출되고 있고요.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도 점점 수출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값도 싸고,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는 막걸리이지만, 막걸리도 술입니다. '과유불급' 과해서 좋을 것 없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에서 마시는 막걸리, 넘치지만 않는다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술이라는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