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그래미 시상식은 40년전 비틀즈가 미국 대륙에 상륙했을 때에 이은 또 한차례의 'British Invasion'이란 평을 듣기도 합니다.
그래미는 대중음악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이란 세간의 평을 듣고는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국 출신이 아닌 가수들에겐 박하기로 유명한데요.
올해 시상식에선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밴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팔았던 '콜드 플레이'에게 Song of Year 등 3개 부문에서 상을 안겨줬습니다.
콜드 플레이 뿐 아니라 '레드 제플린'의 보컬이었던 '로버트 플랜트'가 올해의 앨범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을 '라디오 헤드'가 받는 등 영국세가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요즘 세계 대중음악계는 영국 아티스트들이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마침 90년대 중반 '브릿팝'이란 이름을 탄생시켰던 영국 대표 밴드 '오아시스'가 내한공연을 오기도 해서 '브릿팝'에 대해 잠깐 정리해볼까 합니다.
'브릿팝'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영국의 대중음악입니다. 매우 포괄적이죠?
따라서 사실 딱히 하나의 음악 장르라고 이야기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만 이런 이름이 나오게 된 건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에선 '너바나' 등의 밴드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록, 또는 그런지 록이라는 게 유행이었는데요.
영국 언론에서 미국의 밴드들과 다른 영국만의 사운드가 있다며 자기네 나라 밴드들의 음악을 일컬어 '브릿팝'이라 부르기 시작했죠.
그래서 정작 '브릿팝'의 대표 주자라고 불리는 밴드들은 자기들은 '브릿팝'이 아닌 '록 음악을 할 뿐'이라며 '브릿팝'이란 용어에 묶이는 걸 싫어하는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어쨌든 '브릿팝'이란 단어가 계속 사용됐다는 건 뭔가 특색이 있다는 말이겠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브릿팝 밴드들은 사실 따져보면 이른바 '모던 록'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대표적인 밴드들로 '오아시스', '뮤즈', '라디오헤드', '콜드 플레이' 등이 있죠.
'모던 록'은 80년대를 풍미했던 헤비메탈 같은 기타 디스토션 징~ 하고 세게 거는 록음악과 조금은 다른 록인데요.
밴드마다 음악적 색깔이 분명히 다르지만 강한 비트보다는 보다 부드럽고 멜로디 지향적이라는 공통점은 있습니다.
팝과 록의 경계에 선 보다 부드러운 사운드, 거리를 걸으면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디, 이 때문에 보다 세련되고 현대적이란 평을 듣게 되는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록 음악을 듣는 층을 넓혔다는 겁니다.
원래 '록'하면 굉장히 마초적인 느낌이 들죠.
담배 연기 자욱한 쾨쾨한 골방에서 머리 흔드는 남자들이 생각나고요.
그런데 이 '모던 록'으로 오면서 여성팬들이 '록음악'을 듣기 시작합니다.
사실 대중문화의 최대 수요자는 젊은 여성들이니까...젊은 여성층을 팬으로 확보하면서'브릿팝' 밴드들이 세계를 잡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요.
사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영국의 팝'이라고 할만큼 국수적인 냄새가 농후한 것들이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라는 겁니다.
아직 정확한 답을 얻진 못했습니다만 분명한 건 이들이 내놓은 음악들이 한결같이 좋다는 거죠.
너무 당연한 답인가요?
근데...이렇게 좋은 음악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흔히들 우울한 날씨가 '브릿팝'의 정서에 깔려 있다고들 하는데요.
신해철 씨 등 영국을 다녀온 뮤지션들의 말에 따르면 그 날씨 때문에 뭔가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하도 이상해서 밖에서 놀러다니기 보다는 어딘가 안에 박혀서 뭔가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그런 환경이라는 거죠.
거기에 다른 곳에서 하면 욕먹기 딱 좋은 이른바 '또라이'들이 워낙 많고 또 이들을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저절로 창의성있는 시도를 하게된다는 거죠.
클럽이 워낙 많고 그 클럽에서 연주하는 수많은 밴드들 가운데 뭔가 튀기 위해선 기발한 시도가 자연스레 용납되고 이것이 비틀즈와 퀸, U2를 낳은 전통과 합쳐지니 좋은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실제로 요새는 '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타를 배제한 록을 하는 밴드까지 나왔고 이 친구들의 음악도 꽤나 괜찮으니까요 ^^
반면 대중음악의 양대 산맥인 미국은 힙합 일색으로 가면서 다양성을 잃어 새로운 실험들이 안 나오고 그 때문에 일종의 정체에 빠졌다는 겁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되면 우리나라 대중 음악을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들어 인디밴드에 관심들이 많이 쏠리는데요.
주류 시장이야 상업성을 추구하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치지만 인디밴드들마저 한 분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좋은 음악이 나오긴 어려운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똘기'가 용인되고 다양함이 공존하면서 각각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유연함.
그 속에서 창의성이 싹틀 수 있다는 건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인디밴드들도 요즘은 저마다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좋은 음악들 역시 많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