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중요도가 설사 낮다고 해도 뉴스라면 반드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SBS 뉴스는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의혹을 덜 중요한 뉴스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SBS 보도진의 뉴스 가치 판단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와 관련하여 지난 1일까지 SBS 뉴스가 보도한 기사의 내용에 관해 살펴보려 합니다.
청와대 행정관이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에 적발된 사건에 대해 28일 SBS 뉴스는 문제의 행정관이 A 씨라고 보도했습니다. 경찰은 함께 술을 마신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데리고 숙박업소를 찾은 점으로 미뤄 성매매를 하려한 정황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청와대는 A 행정관을 일단 원 소속부처로 복귀시켜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도록 하고, A 행정관과 술을 함께 마신 B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이 뉴스는 문제의 두 행정관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경위로 술을 마시게 되었으며, 행정관이 복귀한, 원 소속부처가 어디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사실을 누락시켰습니다. 첫날 뉴스가 부실했던 것은 기본 사실을 취재할 시간의 부족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행정관을 A, B 같은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은 이틀 뒤인 30일 뉴스에서도 여전했습니다.
30일 SBS 뉴스는 "A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 간부 등 4명이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해당 업체의 합병 승인 심사를 연기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발표를 보도했습니다. 뉴스 속에 담겨 있는 사실의 조각들을 맞춰보면, 청와대의 두 행정관은 원래 방통위 소속이었으며, 현직 방통위 과장, 그리고 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간부 등 넷이서 술을 마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날 뉴스의 문제는 두 행정관을 A, B로 표기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뉴스는 술자리의 성격조차 분명히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다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A와 B는 청와대에서 방송통신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김 모, 장 모 행정관들이며, 술값 등은 술자리에 동석한 티브로드 팀장이 법인카드로 지불했습니다. 티브로드는 국내 최대 유선방송사업자로서 또 하나의 케이블 사업체를 인수해 방통위의 합병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뉴스는 이날 술자리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을 빠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을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근무자는 도덕적 측면에서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허가권을 쥔 관청 간부와 이 관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청와대 직원이 허가를 신청한 사업자의 향응을 받았다는 사실 앞에서 대통령이 도덕교과서와 같은 훈시를 넘어 구체적인 말을 한 것이 있는가를 뉴스가 좀 더 파고들었어야 합니다.
30일 SBS 뉴스에서는 건강한 소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씨가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로 불리는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세 번째 도전한다는 소식은 어떤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명상이 실제로 뇌의 구조까지 변화시켜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소식은 명상의 효과에 대한 경험적 간증들을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높은 가치를 지닌 박물관의 유물과 문화재 가운데는 개인 소장자가 기증한 것들이 많다는 뉴스는 지도층의 부도덕한 행태에 절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한줄기의 바람처럼 다가옵니다.
31일 SBS 뉴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 모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았다는 5백만 달러에 대한 박 회장의 검찰 진술을 보도했습니다. "연 씨가 먼저 돈을 요구했고, 당시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김해 봉하 마을의 하천 개발 사업비로 돈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박 회장을 면담한 박찬종 변호사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며, 연 씨 쪽은 해외 투자를 위한 투자자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검찰은 끊임없이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말들을 흘리고 있지만, SBS 뉴스가 분석하듯이 수사의 칼끝을 실제로 그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볼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말입니다. 연 씨가 비록 해외 투자자금으로 돈을 받았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었다면 큰 돈을 받을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지금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도덕적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그가 수사의 대상이 되기에는 아직은 사실축적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 수사에 뒤따를 정치적 역풍을 이겨내기 위해 검찰은 우선 검찰 내부의 박연차 리스트를 도려내야 합니다. 따라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처를 안겨주는 선을 넘어 그를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삼을지 하는 것은 신중히 보도해야 합니다.
장자연 리스트, 박연차 리스트,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의혹 등의 사건들은 이른바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말해줍니다. 장자연 리스트는 권력이 여성을 어떻게 유린하고 있는가를, 박연차 리스트는 대기업이 권력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그리고 문제의 행정관은 공직자들의 기강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부도덕의 실태를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