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건넨 수면제를 먹고 약에 취한 채 선로 위를 걷던 60대 남성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일 충남 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오후 10시께 논산시 강경읍 자신의 집에 가기 위해 천안에서 열차를 타고 가던 양모(67)씨는 옆자리에 앉은 승객 김모(59)씨로부터 수면제가 섞인 드링크제를 건네받았다.
양씨는 열차를 타기 전 천안역 대합실에서 김씨가 "술을 함께 마시자"며 접근해 이미 친분을 튼 터라 수면제가 든 줄도 모르고 아무런 의심없이 드링크제를 마셨다.
김씨는 약에 취해 정신이 없는 양씨를 데리고 이날 오후 11시30분께 충남 계룡시 두마면 계룡역에 내렸으며 역 뒤 공터에서 양씨로부터 반지와 현금 등 83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공터에서 잠든 양씨는 4시간 뒤 깨어나 약에 취한 채 역 인근을 배회하다 이튿날 오전 6시께 계룡역에서 대전역 방향으로 1㎞ 정도 떨어진 선로에서 열차에 치여 숨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숨진 양씨를 부검한 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데다 역 폐쇄회로(CC) TV에 양씨가 목적지인 강경역이 아닌 계룡역에 내리는 것이 찍힌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수사를 벌인 끝에 계룡역에 함께 내린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관계자는 "당시 양씨는 오후 11시48분에 강경역에 내릴 예정이었으며 역으로 마중을 나오라고 했다는 유족들의 진술 등으로 볼 때 양씨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역 인근의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해 수면제를 먹인 김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피해자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약에 취하게 한 뒤 강도행각을 벌인 혐의(강도)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10월25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충북 청주, 전남 장성.광주, 경북 청도 등을 돌며 역 인근에서 만취한 승객을 범행 대상으로 삼거나 피해자들에게 수면제가 섞인 드링크제를 건네는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1천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룡·논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