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호주의가 아니라, 교역을 통해 지금의 경제위기를 탈출할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인 기 소르망(65) 파리정치대학 교수가 스페인의 유력지인 ABC 1일자에 '아시아로부터의 자유주의 메시지'라는 기고문을 싣고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의미를 이같이 분석했다.
대표적인 지한파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소르망 교수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한국과 EU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한-EU FTA가) 서구나라들을 일깨우고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해 그는 경제위기가 '아시아의 용'들을 더 많이 자유주의로 내몰고 있다면서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의 보호주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것과 같은 끝없는 공공구제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부양책은 경기 후퇴를 오히려 확산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소르망 교수는 중국을 제외한 한국,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전통이 아닌 다른 전통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구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 그는 "공공의 선을 위한다는 확신으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공부문의 적자를 심화시키는 한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당장 구체적인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사공일 무역협회장의 말을 빌려 "한국은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키고 기업을 정부에 의존하게 만드는 유럽의 모델을 원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르망 교수는 이와함께 일본의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거론하면서 "일본은 이 기간에 일관되게 공공부문 지출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그 결과는 10년간의 정체로 나타났다"면서 "공공부문의 수요창출은 민간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실종시켰다"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을 거듭 우려했다.
스페인 3대 일간지 중의 하나인 ABC는 이날 3면 전면에 소르망 교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