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신한은행장은 1일 "고객이나 금융회사 입장을 고려할 때 한국 시장에서 더는 인수합병(M&A)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날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금융시장이 넓지 않은데, 몇 개 회사만 가지고 뭉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과거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을 합병할 때 고객 중복이 꽤 있었고, 앞으로 M&A를 더 한다면 고객 중복도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고객 기반은 신한카드와 합쳤을 때 약 2천500만 명으로, 이제 (확장하는데) 한계가 왔다"며 "대신에 세계 시장으로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이 소매(리테일)금융에 강점이 있다고 분석한 뒤 "해외에서 소매금융을 염두에 둔 M&A를 시도한다면 나중에 외환위기가 오더라도 외국의 자회사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다만 "올해는 위기 극복이 급선무"라며 "연체율과 충당금 부담을 줄이고, 이자수입이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자본확충펀드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자본확충펀드는 결국 누군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인 만큼 기업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며 "다만 현재 추진 중인 '배드뱅크' 설립 때 은행마다 배당이 확정되면 자본확충펀드를 지원받아 배드뱅크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금리 체계 변경 논의와 관련, "신한은행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로 조달한 금액의 4배가량을 CD 금리로 운용하는 등 조달과 운용금리가 따로 놀고 있어 폐단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은 조달 금액을 가중평균한 뒤 원가 등을 감안한 '프라임레이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금융기관의 수익을 떠나 정보와 투명성 면에서도 언젠가는 (우리도)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조만간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재일교포 60만 명을 기반으로 영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모기업인 신한지주는 설립 뿌리인 재일교포 1세들이 나이가 들거나 숨지면서 주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재일교포 1세들이 연로해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 2세들이 (신한지주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지분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지만, 다행히 교포 2세, 3세들이 한국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재 재일교포 지분 20% 안팎과 직원 지분 4.5% 등을 감안하면 의결권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