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을 살포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큰 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미술품 구입에도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7년 4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뒤 10억여 원으로 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 2점을 사들였다.
김 화백의 작품은 현재 박 회장 소유의 정산 C.C에 걸려 있는 상태다.
1913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1963년 미국에 건너간 이후 1974년 뉴욕에서 뇌출혈로 타계했고 한국 근대 회화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무제·백자·자두나무 등의 작품은 미국 뉴욕 크리스티에서 모두 82만 5천 달러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박 회장이 고가의 미술작품을 로비 수단이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도 박 회장의 형 박연구(64) 삼호산업 회장이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를 구입한 것을 놓고 박 회장이 형의 이름을 빌려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박연구 회장은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는 동생과 상관없이 내 돈으로 샀다"며 "위작 논란 때문에 서울옥션에 넘겼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연차 회장이 그림을 상당히 많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수년 동안 수억 원 짜리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등 시계 구입에도 '큰 손'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고가의 시계를 생일선물로 주는 등 '시계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회장의 씀씀이는 술자리에서도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그는 최고급 양주인 '발렌타인 30년산'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나 자택 혹은 정산 C.C 등에 여유롭게 준비해놓고 있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날 때에는 아낌 없이 꺼내놓았다는 것.
그는 이웃 주민들과 술을 마실 때에도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갖고 나와 술잔을 기울였으며 술집이나 식당 종업원에게는 통상적인 수준의 5배 이상의 팁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