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인 '광명성2호'를 장거리 로켓인 '은하2호'에 실어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시점(4월4∼8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실어나르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의 일환이라는게 한.미 등 국제사회의 판단이다.
만약 발사가 성공한다면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이 추진체까지 보유했다는 것을 의미해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성큼 다가서게 되는 셈이며 실패한다해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상 위협은 계속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있겠지만 북한의 미사일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노력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30일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한다는 것은 동북아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안보환경에 직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제사회의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발사 강행시 냉각기 불가피 = 한.미.일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지난 27일 워싱턴에서 회동하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데 합의했다.
한.미.일 등이 이처럼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것은 북한의 로켓이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2006년 10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이 '인공위성'이라면 제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제재가 쉽지 않아보인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마틴 유든 주한대사도 이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안보리 제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라는데는 반대가 없어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언론발표문 등의 '제한된' 수위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은 유효하다.
물론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이 정도의 대응에도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6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안보리가 소집되기만 해도 6자회담은 파탄이라고 경고하며 2차 핵실험 등의 초강경 조치를 시사하고 있다.
◇ 북.미 '통큰 협상' 전개되나 = 그러나 로켓발사와 제재논의로 어느 정도 냉각기를 거치고 나면 다시 문제를 풀기위한 협상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화를 준비하기 위해서인지 상황을 관리하려는 신호도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이상적으로는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과 만나고 싶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높은 외무성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고 싶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에 고위급대화를 제의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9일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고 이명박 대통령도 30일 실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이처럼 약속이나한듯 요격에 대해 '톤다운'한 것은 지난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자회동에서 향후 방침에 대한 조율이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화재개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협의를 시작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미 이달 초 고위급 협의를 위한 방북을 희망하는 등 이미 대북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당시에는 로켓발사로 방향을 잡은터라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받아들이는데 부담이 있었겠지만 로켓을 쏘고난 뒤에는 미국과의 고위급 양자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위해서는 적어도 '미사일 발사 유예'에 대한 확약을 받기를 원한 것 같은데 이는 북한 외무성의 권한을 뛰어넘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가장 큰 이유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갖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따라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이 성사되면 외교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과 만나 핵과 미사일을 포괄한 본격적인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총괄하며 대통령 직보권한도 있기 때문에 핵문제는 물론 미사일 유예문제 등에 대해 보다 허심탄회한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을 계기로 대화의 돌파구가 뚫리면 한동안 정체됐던 6자회담도 자연스럽게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즈워스 대표가 아닌 성 김 대북특사가 미국의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6자회담은 실질적인 협상의 장이라기보다는 북.미 협상의 결과를 추인하는 성격이 과거보다 더욱 짙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파탄'을 경고하며 6자회담보다는 북미대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 경우 북.미간 협상진전 속도를 우리 정부가 따라잡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한국 소외론'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