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2억2천만원 상당의 원화 및 달러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후 현역의원이 구속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아직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지만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구속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역시 노 전 대통령측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서갑원 의원도 검찰로부터 출석통보를 받은 상태고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27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치권 인사 외에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법원.검찰.경찰 고위 관계자, 청와대 및 국세청 간부 등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박연차 회장의 로비가 전.현 정권 핵심인사를 비롯해 입법.사법.행정부 등 3부에 걸쳐 폭넓게 이뤄졌다는 얘기여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스캔들로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박 회장의 돈 출처가 어디이며 이렇게 뿌린 돈이 얼마나 되는지 그 전모가 드러나려면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박 회장 로비는 우리 사회 비리사슬의 전형적인 유형에 해당된다.
소위 '힘있는' 3부의 주요 인사들과 연줄을 튼 뒤 사업이나 각종 이권과 관련한 특혜를 누리고 문제가 생기면 수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법망을 피하는 것이 그동안 드러난 각종 비리사건들의 공통된 형태다.
박 회장도 평소 상대방이 놀랄 정도의 큰 돈으로 권력 핵심인사들을 끌어들여 '보호망'을 만든 뒤 사업을 키우고 세금을 내지 않으며 각종 특혜를 누려온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권력 핵심에 있었던 사람중 박연차의 돈을 안받은 인사를 찾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이 박 회장 로비의 전모를 어떤 비리 사건보다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정권에서 권력의 핵심인사들을 상대로 한 금품로비가 없었던 때가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권력형 비리는 뿌리가 깊다.
심지어 '청렴'을 자랑했던 노무현 대통령 정권 인사들도 여기에 예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 정부 2년차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실세'들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요 부서의 핵심에 특정 연고를 가진 인사들이 많으면 그만큼 로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경험 때문에 나오는 걱정이다.
지금도 박연차를 닮은 기업인이 로비를 벌이거나 로비 대상을 물색하고 있을 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경고와 유사 사건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이번 수사는 '적당한 선'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검찰 주변 인사들에 대해 나도는 소문의 진위도 가려낼 수 있도록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