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정치권의 위기감이 여과없이 표출되고 있다.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설을 수사하기 위해 금주중 현역의원 2∼3명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겨냥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회의원의 '회기중 불체포 특권' 때문에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 여의도를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빠른 속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또한 현역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의 경우 충분한 물증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소환 조사' 자체가 이들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의미한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검찰 수사를 놓고 '표적사정', '전 정권 초토화', '친박(친박근혜)계 죽이기', '부산.경남권 물갈이' 등의 각종 설이 난무하는 점도 정치권의 위기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박연차 리스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전.현 정권간 대결 양상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4.29 재보선 결과에 메가톤급 변수가 되는 동시에 향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검찰 수사를 '부패스캔들 수사'로 규정,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민주당은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야당 탄압'으로 몰아세우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한민국에서 부패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소위 부패스캔들을 성역없이 깔끔히 처리해줘야 이 정부의 도덕성이 살아나고 정권이 반석에 오른다"고 밝혔다.
윤상현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야당 탄압이 아니라 죄를 지은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표적사정이고 편파수사로, 여당이 4.29 재보선에 악용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검찰이 한나라당 선거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략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정치 보복 차원에서, 4월 재보선에 야당을 불리하게 몰아넣기 위한 의도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나아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연차씨가 노무현 정권의 실세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범죄가 된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처벌을 받는 게 법치주의 이념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구속을 거론하면서 "정권 실세와도 관련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거론되는 현역 의원들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펄쩍 뛰었다.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측은 "허 최고위원 본인이나 사무실 어느 곳도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는 물론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다.
권경석 의원측은 "오늘 오전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통화에서 '조사한 바도 없고, 소환할 계획도 없다'고 하더라"며 "의혹 규명 차원에서 하루빨이 검찰에 출두, 진실을 규명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현재 일본과 대만에 체류중이며 26일 귀국한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미국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무슨 돈을 받느냐"며 "박 회장과 사적으로 만난 것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또한 26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이광재 의원측은 "하나하나 소명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