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들이 '국제화'를 내걸고 외국 학자 초빙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인 교수는 해외대학의 '러브콜'에 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국립대 교수의 겸직을 금지한 현행 법령 때문으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서울대에 따르면 자연대 김모 교수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사우드 대학(King Saud University)으로부터 겸임 교수 제안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국립대인 킹 사우드 대학은 김 교수에게 1년에 약 3주 강의를 해주는 대가로 4개월치 월급인 5만 달러와 연구비 5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킹 사우드대 측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 교수의 이름을 소속 교수로 올리고 나중에 대학 평가 때 김 교수의 논문도 포함토록 하는 것을 영입 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교수의 명망과 연구실적이 대학 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킹 사우드대 측의 조건은 좋은 편이었다.
강의 시간이 짧아 방학을 이용해 충분히 사우디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본교에서의 강의나 연구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법규였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돼 있고, 예외적으로 기업체의 사외이사 겸직만 허용된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서울대 본부에 문의했으나 '이런 경우를 허용하는 규정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을 허용하면서 '국내 석학의 해외대학 교수 겸직'을 불가능하게 한 법규 때문에 국내 학자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외대학의 초청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연대의 한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국제화를 하겠다며 노벨상급 수상자 등 해외 학자들을 앞다퉈 초청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수가 해외로 나가 위상을 높일 기회를 현행 제도가 가로막고 있다"며 "기존 업무에 지장이 없는데도 일괄적으로 막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최근 교무부학장 회의 등에서 김 교수의 겸임 교수 허용 여부를 검토했으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가급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려고 하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방안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무처장은 이어 "만약 겸직할 수 있도록 해당 규정이 바뀌면 영리 법인이나 국내의 다른 대학에서도 겸임 요청이 잇따를 수 있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