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진행해 온 한국노총과의 협의가 지난 2일을 끝으로 끊어졌고 추가 협의 일정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토록 하는 비정규직법 관련법을 입법예고를 냈다. 원래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의원입법으로 추진했으나 논의가 더뎌지자 다시 정부가 가져간 것이다.
정부 법안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불만이 분출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당장 오는 7월이면 10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이 만료돼 대량해고 사태를 피할 길 없으나 한나라당은 입법 예고를 거쳐 국회로 넘어오는 4월에야 공식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뿐 아니라 노동계의 춘투까지 겹쳐 더 힘든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앞서 한나라당은 한때 독일식으로 직종별, 연령별, 성별 차등 접근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외국사례를 보니까 굉장히 다양하게 비정규직 형태가 돼 있어 우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나라당은 "노사 당사자간 합의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당내 반발도 심상치 않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법을 시행도 안 해보고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사회적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4년으로 일방 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4선의 중진인 남경필 의원도 "정규직조차 비정규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4.29 재보선도 한나라당의 결정을 더디게 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5개 지역 가운데 인천 부평을과 울산 북구는 노총 강세지역이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비정규직법을 4월에 덜컥 통과시켰다가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개혁성향의 한 의원은 "정부안을 수용해서 밀고 가든가, 아니면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며 "3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아서, 또 해외일정 등으로 의원이 없다고 논의를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