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 씨가 자살하기 전에 작성했다는 문건의 일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문건 내용의 보도는 고인의 인권 보호와 연예계의 비리 고발이라는, 충돌하는 두 원칙 사이에서 언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옳은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강자의 횡포를 고발한다는 언론 보도가 상처 입은 약자를 더욱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지난 13일 밤 한 방송 뉴스가 문제의 문건을 입수하여 내용을 공개하자 SBS 뉴스는 다음 날인 14일 "술 접대와 성 상납, 감금폭행" 등의 표현으로 문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연예계에서 약자인 신인들에 대한 이와 같은 횡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일부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을 연예계 전체로 확대,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16일 뉴스는 문제의 문건을 누가 왜 작성했고, 어떻게 유출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도 풀리지 않은 채 각종 억측만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 씨의 필체로 볼 수 있다는 필적 감정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내용까지 장 씨 스스로 썼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전 매니저 유 모 씨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7일 뉴스는 고 장자연 씨의 전 현 기획사 대표들이 문건을 둘러싸고 서로 상대편을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 기획사 대표 김 모 씨는 문건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전 매니저 유 모 씨는 문건이 방송에 보도된 뒤 자살소동을 벌여 입원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작성된 내용의 진위나 작성경위에 대한 의문조차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된 문건은 결국 고인이 된 장 씨에게 더욱 큰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반면에 언론은 장 씨에게 술 접대나 그 이상을 요구했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고, 장 씨를 궁지로 몰아넣은 기획사 대표들은 진실게임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SBS 뉴스는 문건 내용의 보도에서 상대적으로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 역시 연예계의 치부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인 장 씨에게만 돌아가게 되는 방식으로 널리 알리는데 일조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고 장자연 씨 문건 보도는 연예계의 실상이 아니라 균형감각을 상실한 한국 언론의 실상을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언론이 이런 결과를 피하려면 문건에 나오는 강자들의 얼굴을 들춰내야 합니다. 뉴스는 한동안 기획사 대표들이 벌이는 진실게임에 매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건 파문을 보도하는 뉴스의 초점은 특별한 접대를 요구한 강자들의 명단을 밝히는 데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주 SBS 뉴스는 우리 생활과 관련된 뉴스를 적극적으로 발굴했습니다. 아파트 화재에 대비하여 의무적으로 두도록 되어 있는 대피공간에 폭발위험이 있는 가스관이나 보일러가 설치되어 대피공간이 오히려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소식,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비리,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란, 주부에게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제언, 해고에 무방비로 방치된 비정규직 노인 근로자들. 이들은 모두 오늘 우리 현실생활의 고달픔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교육과 관련하여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도 나왔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앵커의 맺음말은 "미국이 본받자는 한국의 학생들은 왜 미국으로 가려고만 하는가?"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있습니다. 오바마가 본받으려는 것은 한국의 '교육'이 아니라 '교육열'일 뿐입니다.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지난 16일 "신 대법관이 촛불재판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사법부가 자정능력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날인 17일 SBS 뉴스는 신 대법관의 거취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논란에 대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재판의 독립을 논의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우려하는 조사단장의 말을 전했습니다. 자정능력을 상실하면 정치권의 간섭아래 놓일 수 있다는 사법부의 위기의식을 드러낸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상조사단의 발표내용에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관련하여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 5일 SBS 뉴스에 따르면 신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법원장의 생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이날 뉴스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뚜렷한 부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10여일 뒤 진상조사단은 이메일에서 대법원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한 것은 신 대법관의 작문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대로 신 대법관의 작문이었다면 왜 당시 대법원장이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는지가 궁금한 대목입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면 이런 대목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확인된 자료들을 토대로 심층 분석하면 신 대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조사단의 조사 결론이 나오기까지 대법원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결론의 방향을 잡기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