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성접촉으로 충북 제천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에이즈 감염자 전모(27.구속)씨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으나 전씨의 여죄는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다.
전씨의 휴대전화에서 그가 예방조치도 없이 8명의 여성과 성접촉을 하는 영상파일이 발견되면서 제천시가 '에이즈 공포'에 빠져들었으나 경찰은 영상파일에 담긴 8명 중 고작 3명을 파악하는 데 그친 것이다.
경찰은 폭넓고 강도높은 수사로 전씨의 여죄를 캐내 '청풍명월의 고장'이라는 제천의 이미지를 되살려줄 것이라는 시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수사결과는 태산이 울릴 정도로 요란을 떨다 쥐 한 마리 잡는 꼴이 됐다.
◇여죄 추궁은 검찰 몫 = 전씨가 경찰에 검거된 것은 지난 11일 오전으로, 여성 속옷을 입고 있던 상태에서 긴급체포됐다.
당시 전씨는 여성 속옷을 상습적으로 훔친 '변태 절도범'에 불과했으나 그의 휴대전화에서 유흥업소 여성 8명과의 성접촉 영상파일이 발견되면서부터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다행히 전씨가 영상파일에 담긴 여성 1명의 신원을 진술해 12일 오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신병을 확보했고,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200여개의 전화번호 중 여성 것으로 추정되는 70여개의 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2명의 피해여성 신원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수사 7일째인 17일 경찰은 수사종결을 선언한 뒤 사건기록을 검찰로 송치하고 역학조사는 보건당국에 이관했다.
70여명의 여성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느냐', '불쾌하니 전화하지 마라'는 식의 비난만 받았고 수사를 계속할수록 제천의 청정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수사종결 이유였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접촉을 무작정 묻는 것은 인권침해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더 이상 전화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수사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찾아내지 못한 영상파일의 여성 5명, 전씨와 성접촉을 한 또 다른 여성들을 검찰이 기소를 앞두고 찾아내지 못한다면 전씨의 여죄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이 전씨 사건이 터진 이후 '제천은 에이즈 검염자가 넘치는 고장'이라는 외부의 왜곡된 시각도 계속되는 것은 물론 에이즈가 확산될 수 있다는 사회불안도 계속될 우려가 많다.
◇'청정' 이미지 요원, 시민들은 불안 = 민생불안을 씻어내고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이 일찌감치 사건에서 손을 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제천시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33.여)씨는 "경찰이 모든 것을 다 파헤쳐 해결할 것처럼 하더니 겨우 3명의 성접촉 여성만 확인해놓고 이제 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면서 "청풍명월의 고장인 제천이 에이즈 때문에 언론에 포화를 맞았는데 괜히 요란만 떤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회사원 한모(45)씨도 "지난 주말뿐 아니라 어제도 전국 각지의 지인들로부터 '괜찮냐', '별일 없냐'는 안부전화를 쉴 새 없이 받아 곤욕을 치렀다"면서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에이즈 환자의 천국처럼 비쳐진 제천의 이미지를 누가 되살려주느냐"고 우려했다.
경찰이 역학조사 부분을 보건소로 이관하기는 했지만 수사당국에도 협조하지 않은 여성들이 과연 강제력도 없는 보건소의 조사에 응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청풍명월의 고장'인 제천시의 이미지가 실추된 마당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씨의 여죄를 캐지 않는다면 관광객 감소 등으로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택시기사 정모(48)씨는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승객이 30% 이상 떨어졌고 밤에는 거의 없다"면서 "봄이 되면 관광객이 늘어 돈벌이가 괜찮을까 했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제천역 인근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김모(39)씨도 "사건이 알려진 13일부터 가게 문을 닫고 있다"면서 "에이즈 공포에 휩싸인 업소 여종업원들이 에이즈 공포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제천 인근의 원주나 영주로 많이 빠져나갔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천시의 유흥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와 철저한 단속으로 '청정도시'의 이미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시민은 "제천이 '청풍명월의 고장', '청정도시' 등으로 불리는 반면 유흥문화가 발달한 '퇴폐적 도시'로 비치는 시각도 있다"면서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등을 철저히 단속해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