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의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갑자기 한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상세히 발표해 국내 은행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죠. 국내 은행들이 이 테스트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것은 쉽게 얘기해서 환율이나 금리 같은 금융시장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최악까지 고려했을 때 은행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등을 예측, 분석 하는 것인데요. 국내에선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으로 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피치사의 한국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내년 말쯤되면 국내 은행들의 부실 규모가 42조원에 달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 내용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일주일 전쯤 금융감독원이 실시했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전제가 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금감원은 -6%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고 피치는 -2%대의 그나마 양호한 상황을 가정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 좀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은행들의 반발의 핵심은 왜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것만 이렇게 자세히 분석해서 발표했는가 하는데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상황이 여의치 않은 피치의 고향인 영국, 그리고 다른 선진국들의 금융기관이 아닌 한국만 공격하기 위해 타겟으로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은행들이 해외에서 달러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말입니다.
더욱이 피치사와 같은 영국의 언론인 파이낸셜 타임즈가 한국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연이어 보도해 한국경제 때리기에 열을 올린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이번 발표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죠.
하지만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번 경고는 국내 은행들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도 해외에서 경제 위기 속 우리 금융기관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아야 합니다. 분석 결과가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자주] SBS 보도국의 '마당발' 강선우 기자는 1994년 공채로 입사한 이후 주로 경제분야 취재 현장에서 발군의 취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넓은 인맥과 '두주불사'의 넉넉함으로 선.후배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은 강 기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을 출입하며 금융팀 1진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