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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 '열풍'…문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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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 개혁의 새로운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대입 자율화의 전제 조건으로 선진형 입시제도를 각 대학에 적극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카이스트(KAIST)를 필두로 전국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입학사정관제 확대 방침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의 성적보다 잠재력, 창의력, 열정, 특기, 소질 등을 두루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취지는 상당히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도 이 제도가 성적 위주였던 우리나라 대입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입시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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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대학들은 당장 올해 치러지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선 고교나 학생, 학부모, 심지어 대학 내부에서조차 입학사정관제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입학사정관제란 =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은 '직무상 대학 내 다른 행정조직으로부터 독립된 보직으로 연중 입학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로 정의된다.

이전에도 일부 대학 중에서는 '입학전형위원'이라는 이름의 직책을 두거나 입학관련 부서 담당자, 교수들이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 다양한 전형 자료를 토대로 학생의 잠재력, 소질 등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더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이전 직책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신 직종'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입학사정관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교과부가 2007년 신규 사업으로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학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부터다.

당시 교과부는 10개 대학을 선정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위한 예산 총 20억원을 지원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지원 예산이 157억원, 올해는 236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원 대학수도 2007년 10곳에서 2008년 40곳, 올해 40곳 이상으로 확대됐다.

◇ 도입 현황은 = 입학사정관 채용, 선발 기준 마련 등 준비 작업을 거친 뒤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본격적으로 입시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치러진 2009학년도 입시에서부터다.

교과부 집계 결과 지난해의 경우 예산을 지원받은 총 40개 대학 가운데 8개를 제외한 32개 대학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총 4천401명을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채용한 입학사정관 인원은 총 21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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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중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별도의 전형을 신설한 곳도 있었고, 기존의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한 곳도 있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지 않았던 나머지 8개 대학까지 포함해 모두 40개 이상의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선발인원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카이스트가 총 정원의 15~20%를 무시험 전형으로,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선발하겠다는 파격적인 입시안을 내놓으면서 다른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 확대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포스텍이 올해 입시부터 입학생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한양대는 1천31명, 고려대는 886명, 한국외대는 678명, 성균관대는 626명을 입학사정관을 통해 뽑기로 했다.

이는 전체 정원의 최대 20% 이상 되는 수치들로, 작년 대비로보면 선발인원이 최대 10배 이상 늘어난 대학도 있다.

◇ 문제는 없나 = 이처럼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을 대폭 늘려 발표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다.

학생 선발시 수능 및 학교 성적, 면접, 서류평가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겠지만 합격 여부가 입학사정관 개인의 판단에 맡겨지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학별로 총 218명의 입학사정관을 채용했다고는 하나 학생 선발 인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이들 입학사정관이 입시에 대한 노하우, 전문성을 얼마나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잠재력을 비중있게 보는 전형인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성적이 높은 학생이 떨어지고 성적이 낮은 학생이 합격하는 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대학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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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입시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현상을 과연 쉽게 용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발생한 고려대의 입시 논란에서 보듯 입학사정관제는 결국 대학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골라 뽑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1920년대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배경을 봐도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해외 논문이나 연구서적들은 미국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배경에 유대인의 미국 대학 입학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도 숨어 있었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유대인 비율이 1922년 21.5%, 콜롬비아 대학은 1918년 40%에 육박했는데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해 성적이 아닌 인성, 리더십, 개인적 성향 등을 고려한 새로운 입학사정 방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학생의 인성과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는 명분 아래 사실상 학교가 특정 인종을 배제하고 원하는 학생들을 골라 뽑기 위한 도구로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확보 방안 연구'라는 논문에서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 제도는 정착되기 어렵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신뢰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개념이 일선 학교나 대학에서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들이 발표하는 입학사정관 선발인원 숫자를 뜯어보면 실제 입학사정관이 학생 선발에 100% 관여해 뽑는 인원도 있고, 부분적으로 참여해 뽑는 인원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입학사정관제는 본질적으로 입학사정관이 그 학생의 합격, 불합격을 가리는 것이어야 한다"며 "서류나 면접 등에 부분적으로 관여한다고 입학사정관 전형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지금 대학들이 발표하는 선발 인원에는 입학사정관이 서류, 면접 등에 부분적으로 관여해 뽑는 인원까지 다 포함돼 있다"며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없고 급작스럽게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갑작스레 확대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 일선 고교,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1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대입전형 세미나에 참석한 한 지방 교사는 "입학사정관제라는 것이 뭔지, 어떻게 뽑는다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학교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교과부는 고교 관계자, 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홍보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 확대 실시로 인한 혼란이 없도록 홍보 책자 배포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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