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1일 30조 원 규모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할 경우 가파른 경기침체 속도를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추경 규모 자체보다는 추경의 집행 방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경만으로 경기사이클을 바꿀 수는 없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인 사용처로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저소득층 소득지원, 일자리 창출 등을 꼽았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정부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점을 감안할 때 추경 규모를 최대한 늘려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지만, 실효성은 불확실한 반면 각종 부작용을 가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올해도 과거 성장률 수준을 이어가려면 50조 원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렇다고 30조 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나 재정여건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경 예산의 경기부양 효과를 높이려면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대, SOC 확충 등에 집중해야 한다.
재정지출의 과도한 확대가 '구축효과'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려고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상승하고 민간부문의 자금을 흡수해 민간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구축효과는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처럼 민간 유효수요가 위축된 상황이고 회복 가능성이 작을 때에는 정부의 투자확대로 민간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작다. 지금 같은 환경에서도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
30조 원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인데 재정적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재정지출로 경제가 살아난다면 모르겠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또다시 경기부양이 필요한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각종 실증분석에서도 그 효과에 대해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재정지출로 내수를 부양하면 이로 인해 수입 수요가 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3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집행할지도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선 저소득층이나 실업자 등에 대한 현금지원에 집중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은 기존에 추진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30조 원 가량의 추경 편성을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채를 발행해 추경 예산을 조달하면 금융시장이 국채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다만, 채권 금리가 오르는 등 일부 충격이 있겠지만, 정부의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경이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추세를 바꾸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 하강 폭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추경은 교육과 보육, 의료.보건 등 생산성을 높이면서 지속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해 재정적자 예상치가 GDP 대비로 약 -2% 정도인데 여기에 30조 원, 약 3%를 추가한다는 것은 다소 많다는 느낌은 든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인데 이는 내수와 수출 중 어느 쪽이 빠르게 살아나는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만 과도하게 내수를 부양하면 수입이 늘어 수지가 악화될 수 있고, 그 효과도 다른 국가로 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국가의 재정지출 집행 추이나 경기 상황 등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유동적으로 접근하는게 필요하다.
집행은 일자리 창출 및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작년 말 금융 불안이 주춤해졌음에도 실물이 하강하고 있는데 이는 수요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 부실이 확산되고 실업자가 늘고 소득이 줄면서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용 대책, 저소득층 지원 등에 중점을 줘야 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