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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바닥론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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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이 前 미국 FRB 의장이 지난 2007년 펴낸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Adventures in a new world)' 제9장 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50억 달러로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드러나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가 보유 외환으로 돈놀이(play game)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비밀리에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민간 상업은행에 팔거나 빌려줘 악성대출을 유지하게 했다"

외환위기 당시 곳간이 비었음에도 "충분하다"고 '뻥'을 쳤던 한국 관료들의 행태가 10여 년이 지난 최근의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족쇄가 되고 있다. 가용 외환보유액이 이미 바닥났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김광수 경제연구소(이 연구소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은 1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나 금융통화위원까지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그 선두에 있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외환보유액 가용성 논란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이 열린 9시 무렵에. 그래서 이용신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Q)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에 지원한 외화보유액을 떼였던 전례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에 지원된 외화 자금은 이미 은행들이 외채 상환으로 해외로 유출한 상태여서 장부상에만 남아 있는 허수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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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내은행 해외 점포에 대한 예탁금을 외환보유액에 포함했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은행에 외화자금을 공급하면 (국내 지점이든 해외 지점이든) 즉시 외환보유액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외환보유액(2월말 현재 2,015억 달러)는 전액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Q) 미국의 프레디맥이나 패니매 채권에 투자된 외환보유액은 현재 채권 값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에 실제 가용 외환보유액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페니매나 프레디맥이 발행한 채권은 모두 미국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있어 국채에 버금가는 우량 채권이다. 채권가격도 2007년말보다 크게 상승했고,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매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은행이 제시한 통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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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니매나 프레디맥이 발행한 채권은 이 표에서 정부기관채나 Agency MBS에 속하는 데 일평균 거래량을 보면 2007년보다 2008년이 더 많다. 거래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다시 한은이 제시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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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07년에 비해 2008년에 정부기관채와 MBS의 금리가 하락했다(채권값은 상승했다).

Q) 외환보유액 중 KIC(한국투자공사)에 지원된 250억 달러는 BOA(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 대한 투자 손실 등으로 가용 외환보유액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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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에 지원된 외환보유액은 모두 247억 달러다. 이 중 BOA 지분 매입자금은 20억 달러이다. 이 지분 매입자금은 애초부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 제외하고 있다. 나머지 자산은 IMF에서 정한 국제기준에 맞춰 채권과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어 자산가치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고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Q) 외환보유액 투자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채가 최근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위의 '5년 만기 미달러화 채권별 금리추이' 표를 보시라) 이를 현금화할 경우 매월 공표하는 외환보유액 수치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투자하는 회사채는 대부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이 발행한 선순위채권으로 각국 정부가 한시적이지만 지급을 보증하고 있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채권의 경우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나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인 정부채나 정부기관채 가격이 크게 상승하여 전체 자산가치는 외환보유액 수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Q)  2008년 하반기에 한국이 미국채와 회사채 등 상당액의 미국 장기증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자 한국 정부가 다급하게 장기 외화증권을 순매도하고 있는 것이며 팔면 팔수록 대규모 투자 손실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부분 만기 1년 이상의 중장기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 지급수요가 발생하면 이를 매각하여 충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최근에는 이들 채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매각하더라도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같은 질의응답은 한국은행이 낸 설명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음)와 일부 중복된 것도 있고 설명자료에 없는 내용도 있다.

물론 이런 설명이 외환 시장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는 없다. 시장의 불안은 꼭 외환보유액의 가용성 논란 때문이라기보다는 유동외채 비율, 외채의 만기 연장 비율, 국제 금융시장 상황, 경상수지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으니까.

외환보유액의 대략적인 투자 자산 비중은 이 달 말쯤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자신의 외환보유액을 투자한 구체적인 자산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특히 세계 6위 정도 되는 외환보유액 국가가 공개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과 함께.

이런 내재적인 정보의 비대칭성(한 쪽은 다 깔 수 없고, 그래서 다른 쪽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추론과 짐작을 내세우게 되는 상황) 때문에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잘못된 추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위기 국면에서 한국은 오해 또는 추론의 단골 손님이 된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그 과정에서 '뻥'을 쳤던 '원죄' 때문일 것이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얘기. 해결책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도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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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치밀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박민하 기자는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업계를 출입하고 있는 경제부의 핵심전력입니다.  2003년 SBS 보도국에 둥지를 튼 뒤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는 알기쉬운 금융기사들과 경제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심도깊은 글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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