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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현 정지! 기자분들, 그림 좋습니까?"

청해부대 해상훈련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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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사상 최초로 소말리아 파병을 앞둔 '청해부대'가 본격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2일 밤 우여곡절끝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파병 동의안이 통과됐고, 덕분에 미리 예정된 청해부대 창설식과 훈련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랴부랴 카메라팀과 함께 3일 아침 비행기로 부산으로 출발해 용호동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이틀 동안 머물며 청해부대 창설식(3월 3일)과 첫 해상 종합훈련(3월 4일)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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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작전사령부에 정박해 있는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을 취재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어제(4일) 남해상에서 열린 첫 해상종합훈련은 취재 전부터 걱정이 앞섰습니다. 전국에서 몰려온 수십명의 언론사 기자들이 해군 초계함인 동해함(PCC-751)에 모두 타서 작전지역을 선회하며 촬영하는 과정이 아무래도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다른 얘기 좀 할까요. 사회부 생활을 잠시라도 했던 SBS 기자들 가운데는 헬기 취재를 도맡아 하시는 헬기 기장님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휴일 스케치나 대형 사건사고를 취재하기 위해 헬기를 타면 기장님이 친절하게 현장 상공을 몇 번이고 돌면서 "이쪽이 좋네. 주욱 (줌을) 당겨보면 좋을겁니다."라든가, "못 찍었으면 한 번 더 돌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라면서 생생한 화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십니다. 위험한 일을 함께 하는 '팀웍'도 상당히 잘 갖춰진 데다가 '취재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주시는 기장님의 풍부한 경험이 현장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릅니다.

제가 걱정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헬기보다 기동력이 훨씬 떨어지는 1천톤급 대형 함정에, 서로 좋은 화면을 촬영하려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있고, 훈련 자체도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야말로 카메라끼리 머리 부딪치다 끝나버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자꾸만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저 멀리 문무대왕함이 위용을 드러내고, 함미의 격납고에서 나온 링스 정찰헬기의 로터가 타타타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을 때, '과연 좋은 화면이 나올까'라는 걱정에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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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걱정했던 제가 무안할 만큼 동해함은 만족스러운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생생한 훈련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문무대왕함에 놀랄 만큼 가깝게 접근하기도 하고, 전경 촬영을 위해 바깥쪽으로 선회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화면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동해함 꼭대기의 비좁은 옥상(?)에 자리잡은 기자들은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고, 좀처럼 보기 힘든 해상훈련장면을 원없이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훈련이 끝난 뒤 함교에 잠시 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취재진이 촬영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함교는 함장 이하 장교들과 병사들의 급박한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문무함수 30(도) 잡고!", "문무함 거리 20!", "좌현 정지! 우현 유지!"...정신없을 정도로 교차하는 명령과 보고 속에서 함장 손권철 소령(사후88기)이 기자들에게 한 마디 건넸습니다. "기자님들! 그림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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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게 드리는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방송일을 하다보면 기자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주변 사람들의 '퍼포먼스'를 더 많이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고맙게도 취재기자들의 그런 속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같은 팀을 이뤄 움직이는 카메라기자는 물론 (앞에서 말씀드린) 헬기 기장님, 취재차량 운전사님들이 방송뉴스에 기여하는 측면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이번 동해함처럼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민첩함이 있다면 언제나 좋은 화면을 추구하는 기자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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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는 유성재 기자는 2001년 SBS에 입사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와 인터넷뉴스팀 기자를 거쳐 사회2부 경찰기자팀의 부팀장격인 '바이스캡'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IT분야에도 전문성을 가진 유기자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현장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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