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산다고 원자폭탄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 주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재일교포 변호사가 2차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長崎),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로 인해 고통을 겪으면서도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받지 못했던 한국 거주 피해자들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신의(崔信義) 변호사는 5일 오후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5명의 변호사와 함께 한국 방문길에 올랐다.
그는 8일까지 4박5일간의 한국 방문 기간 서울과 대구, 합천 등지를 돌면서 이같은 억울한 피해자 및 유족들을 만나 피폭 당시 상황과 이로 인한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한다.
최 변호사는 와세다(早稻田)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사법고시에 합력,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 1992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 왔으며 2001년부터 3년간은 한국에서 유학생활도 했다.
최 변호사가 한국 동포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은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차별적인 지원 정책을 그대로 보고 있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같은 원폭 피해자라도 일본내에 거주하는 경우엔 건강관리수첩을 발급해 주고 1인당 연간 14만5천엔까지 의료비 보조를 해줬다. 또 월 3만여엔의 원호 수당과 장례비 등도 지원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폭을 당한 뒤 일본을 떠나서 한국 등지에서 살고 있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잇따랐지만 일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해외 거주 피폭자에게 건강관리수첩을 발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고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재외 피폭자가 소송을 제기, 재판소가 원폭 피해자로 인정할 경우에만 위자료를 지급키로 했다. 건강관리수첩 미발급이 위법이라고 판정했음에도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해야 위자료를 지급키로 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한국에 살고 있는 피폭자 및 유가족들이 일본 재판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소송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번 방한 기간 600~1천명 가량의 원폭 피해자들의 피해 내용과 당시 상황, 피폭 이후의 건강 상황 등 소송에 필요한 내용을 꼼꼼히 챙겨서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피해자가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변호사는 한국 방문에 앞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보상했어야 했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을 떠났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보상이라는 최소한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소송에서 이겨 그런 억울한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