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약속을 지켜가는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의 진한 우정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말 전남 해남군 우수영중학교 졸업식날, 최철우(17)군은 장학금을 들고 졸업식장에 온 든든한 아버지(?)들에게 "한 분의 아버지는 제 곁을 떠나셨지만 13분의 아버지가 새로 생겼습니다"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졸업식에 온 이들은 다름 아닌 최군의 아버지와 우수영초등학교 74회 동창들로, 7년 전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이들은 2003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친구를 잃은 슬픔을 친구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달래고 있다.
이들은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부모 없이 홀로 남은 아이들 앞에서 하나의 약속을 했다.
'내 아이처럼 보살피자'고 마음을 모아 매달 조금씩 회비를 걷었다. 이들도 형편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먼저 간 친구를 생각하며 '적지만 정성이 깃든' 장학금 260만원을 모아 졸업식 날 최군에게 전달하며 격려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는 아버지 역할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가장의 짐을 지게 된 최군은 이들의 관심 덕분인지 바르고 성실하게 자랐다.
74회 입학 동문회 회장 이정남(43) 씨는 "거동이 불편한 80세의 할머니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동생을 보살피는 어려움 속에서도 최군이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만 전문 기술자가 돼 취업을 바로 하고자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의젓함도 보였다"고 칭찬했다.
최군은 2일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장학금은 쓰지 않고 저축해 뒀다 성장해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값있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해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