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깊어가는 가운데 빚부담 등 경제적 압박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빈곤 서민들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서울 수서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0시 40분께 강남구에 있는 모 오피스텔에서 A(27.여) 씨가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집 근처 유흥업소에서 일해온 A씨가 최근 빚 3천만 원을 갚지 못해 고민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서초구 모 아파트에서 술집 종업원으로 일해오던 L(34.여) 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
경찰은 L씨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평소 우울증 증세까지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유흥업소가 밀집한 강남지역 일대 '원룸 촌'에서만 작년 겨울부터 최근까지 6명 이상의 업소 여성들이 급격히 가중된 빚 부담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여성 중에는 '서울에 있는 기업체에 취직됐다'며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고 상경한 20대 여성, '함께 돈을 벌어보자'며 지방에서 상경한 친구 사이인 여성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악덕 채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장이 부인 앞으로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버리거나 노숙자끼리 자리다툼을 벌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일도 벌어졌다.
26일 오후 6시 50분께 송파구에 있는 가정집에서 4개월 전 실직한 뒤 생활고에 시달려온 이모(40) 씨가 "딸을 부탁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부인 앞으로 남긴 채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27일 오전 0시 20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노숙하던 박모(35)씨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른 노숙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 노숙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처럼 최하위 경제빈곤층에서 생활고로 인한 자살, 살인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이들이 경제불황으로 채무 상환 부담까지 겹쳐 이중, 삼중의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전은경 복지노동팀장은 "정부의 올해 복지예산은 경제위기 상황치고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정부의 '사회안전망 확충' 약속도 구체적 대책이 빠진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정 등 빈곤층의 생활보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