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에서 26일 미디어 관련 법안이 무방비 상태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기습 상정된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겉으로 한나라당의 '1.6 합의문' 위반이라며 상임위 일정 중단 등 초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말연초 임시국회의 승리감에 젖어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당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어제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회의 도중 '우황청심환'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등 세 번 가량 상정 강행의 징후가 감지됐다고 한다"며 "결과적으로 '설마 상정하겠느냐'고 긴장을 풀었던 게 화근이었다"고 혀를 찼다.
이런 기류는 원내 지도부의 전략 부재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같은 날 외교통상통일위 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이 '조기비준 불가론'을 외치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때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토론만 하고 퇴장한 것은 지도부의 상황 판단이 안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법안 상정은 위원장의 말만으로 절차가 완료되는 것"이라며 "정말 미디어법 상정을 막고자 했다면 미리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원천봉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한나라당의 강공을 저지할 묘수가 없다는 것은 더 큰 고민이다.
당 일각에서는 쟁점 상임위 회의장과 본회의장을 점거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자칫 '폭력정당'이라는 여롯의 뭇매를 맞을 위험이 있다. 김형오 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거짓으로 화해 무드를 조성한 뒤 상정을 강행했다"며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다.
상정 당일까지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가 민주당과 협상을 진행하며 최종 타결시간까지 정해놓았는가 하면, 홍준표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미디어법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제안을 수용할것처럼 밝히는 등 제1야당을 상대로 철저히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
강기정 당 대표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상정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보낸 일련의 사인은 속임수였음이 드러났다"며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