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법안으로 꼽혀온 미디어 관련법안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상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고흥길 위원장은 3시50분께 "3당 간사에게 의사일정에 대해 추가 협의를 하라고 했는데 도저히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며 "위원장은 22개 미디어 관련법을 전부 일괄상정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봉을 세차례 내리쳤다.
26일 전체회의를 여는 문제에 대해 3당 간사에게 협의를 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였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계류 법안 등과 관련해 질의 중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직권상정을 하리라고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통상 하는 의사일정 변경에 대한 안내도 없어 민주당 의원들은 잠깐 영문도 모른 채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뭐하는 것이냐"며 마치 용수철처럼 위원장석으로 뛰어들었고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의원들도 위원장석에 모여들어 고 위원장을 에워 쌌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에게 뭐 하는 짓이냐", "위원장이 날치기 하려는 것이냐, 상정은 무효다"라며 양측간 고성이 오가고,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전개되기도 했다.
직권상정과 함께 즉각 정회를 선포한 고 위원장은 직권상정 15분만인 오후 4시 5분께 사무처 직원 등의 보호를 받은 채 회의장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으며, 이를 본 민주당 일부 당직자는 "위원장 잡아라"고 외치며 쫓아가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앞서 전체회의를 시작하며 "23일까지 (미디어법을 포함해) 모든 의안에 대한 상정 협의를 하도록 했지만, 합의에 의해 의사일정을 처리하는 게 정도"라며 "26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5일이 여야 의사일정 합의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열리는 마지막 전체회의여서 직권상정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날은 일단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민주당 측에서는 "한나라당의 허허실실 전략에 당했다"고 허탈해했다.
고 위원장은 정회 후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을 상정하는 것은 입법권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절차적 행위"라며 "위원장은 법안을 선별해 상정하거나 상정 자체를 막을 근거나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또 "미디어관련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한 후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대체토론과 법안소위 심의 및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상정은 법안의 통과가 아니라 논의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전체회의는 직권상정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관심이 집중되면서 삼엄한 경비 속에서 열렸다.
고 위원장은 의원 보좌관과 관계 공무원, 언론사 기자를 제외하고는 일반 방청객의 입장을 불허하고 개회 시간인 오후 2시가 돼서야 회의장 문을 개방토록 했다.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발전 틀을 만들기 위해 미디어법을 상정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국민적 반대가 높아 사회 기구를 통해 논의 기간을 더 거쳐야 한다면서 종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미디어법이 직권상정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문방위 운영은 순탄치 않을 전망된다. 우선 직권상정의 유효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상정에 앞서 법안명칭에 대한 거론도 없이 단순히 미디어관련법이라고 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이명박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고 위원장이 완전 혼자서 원맨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고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지난 19일 22개 미디어법안에 대해 이미 얘기했기 때문에 일일이 거명하지 않아도 상정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서갑원 의원은 "한나라당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니 그에 맞게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고, 최문순 의원은 "여야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언론관련법을 죽기 살기로 막을 것"이라고 말해 파행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