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동생의 회사가 자신의 비자금으로 세워진 만큼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23일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재우 씨와 조카 호준 씨 등 냉동창고 업체인 ㈜오로라씨에스 주주를 상대로 낸 주주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회사 주인임을 전제로 주주총회 개최를 막아달라고 하지만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런 사실을 소명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오로라씨에스는 이에 따라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호준 씨가 1인 주주인 유통업체 ㈜시티유통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2천629억여원의 추징금 확정 선고를 받기 전에 재우 씨에게 120억 원을 맡겼고 재우 씨는 경기 용인에 땅을 사 오로라씨에스를 차린 뒤 지분 일부를 호준 씨에게 증여했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추징금을 다 받아내지 못한 국가는 재우 씨에게 120억원을 대신 내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하자 재우 씨는 현재까지 50억원 가까이 냈다.
또 검찰은 작년 8월 호준 씨가 추징을 피하려 감정가가 110억원에 달하는 오로라씨에스의 땅을 개인 회사인 시티유통에 56억원의 헐값에 팔았다며 배임 혐의로 그를 기소했고 1심 법원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호준 씨 측 이흥수 변호사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호준 씨가 입힌 피해가 해소되는 것인데 노 전 대통령 쪽에서 이를 막기 위해 가처분을 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89억원을 내겠다며 동생과 조카를 상대로 냉동창고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120억원을 준 것은 증여라고 볼 수 없다"며 회사가 재우 씨와 호준 씨 등 현재 주주들의 것이라는 판결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