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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평화로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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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는 죽음을 받아 들이는 과정을 5단계로 나눈다.

1. 부정(denial)

"아니야, 말도 안돼, 아닐 거야"

2. 분노(anger)

"왜 나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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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협(bargaining)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뭘 해야 할까?"

4. 우울(depression)

"그래도 지금 죽고 싶지는 않다"

5. 인정(acceptance)

"차분히 돌아가자, 그래 나름 행복했어"

하지만, 누구나 5단계를 다 밟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2단계에서, 어떤 이는 4단계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말기암환자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는 4단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Well dying"의 권위자인 Joanne Lynn박사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서는 가족들이 슬퍼하고, 아쉬워하는 걸 본인이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과정이 있어야 death of acceptance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 직전의 수 많은 진단과정과 치료 행위 등은 이 과정을 방해한다고 단정한다.

전공의 2년 차 때 일이다.

50대 여성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로 응급실에 내원했다.

환자의 상태가 위급해 응급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이 결정되면 통상적으로, 교수님께서 환자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와 수술과정, 그리고 수술위험성과 예후 등을 설명하고, 그 동안 주치의(전공의)는 수술에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한다.

사실 이 과정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주치의는 환자의 수술이 빨리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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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들이 척척 진행되었고 환자에게 마취가 시작됐다.

그런데, 한가지가 누락됐다.

환자의 가족들은 수술 전에 면회를 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청했고, 교수님도 허락했는데, ‘빨리’만을 신경 썼던 주치의는 면회 없이 환자를 수술방으로 이동시켰다.

인명이 재천이라는 것은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더 잘 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는 깨어나지 못했다.

환자가 저 세상으로 가시던 날, 가족들은 주치의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환자의 죽음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수술 방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의사소통과정을 주치의로 인해 방해 받은 것에 대한 항의였다.

어린 주치의는 그 항의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살리기 위해 쉴 새 없이 뛰어 다녔을 뿐인데 말이다.

기사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의 통계는 우리가 "생명 연장"에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내 가족이 1분 1초라도 더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 과정에서의 '평화로움'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대학병원 호스피스 센터의 간호팀장 수녀님은 환자가 가족들과 대화가 가능할 때는 '가족과 함께'가 원칙이라 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말기 암 환자의 가족은 의식을 놓아가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평온함을 찾아 가고 있다.

"요즘 어머니가 아버지 어머니를 자꾸 만나러 간다는 말씀을 하세요. 저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죠. 빨리 가야 돼, 저기 계시다고. 그런 말씀도 하시고. 진짜로 보시고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니면 헛것이 보여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판단은 안되지만요. 그런 말씀 가끔 하시는 거 보니까. 제 생각엔 이제 오셔서. 배웅을 나오셨나 보다. 두 분이 딸을 사랑하셔서. 딸을 만나러. 오시는가 보다. 이런 생각도 했구요. 한편으로는. 앞으로 더 영복을 누리려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그 단계를, 슬프지만 않게 받아드리려고 합니다."

기관절개술과 인공 호흡기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생명 연장보다 죽는 과정에서의 평화를 택하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우리의 평화로운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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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따뜻한 감성의 의학전문기자' 조동찬 기자는 의사의 길을 뒤로 한 채 2008년부터 기자로 전문언론인에 도전하고 있는 SBS 보도국의 새식구입니다. 언론계에서 찾기 힘든 의대 출신으로 신경외과 전문의까지 마친 그가 보여줄 알찬 의학정보와 병원의 숨겨진 세계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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