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특정 언론사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누리꾼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광고주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오는 등 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19일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카페 개설자 이모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다른 누리꾼에게는 100만∼300만 원의 벌금형 등을 선고하거나 선고유예했다.
재판부는 "설득을 넘어 이미 체결한 광고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거나 일반 고객이 통화할 수 없을 만큼 항의 전화가 폭주하게 해 업무에 지장을 줬고, 결국에는 광고 계약을 취소하거나 중단하는 결과까지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목적이나 수단ㆍ방법ㆍ절차를 종합할 때 이 정도의 압박은 소비자 운동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따라서 업무방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이 가능했던 것은 대상 업체 리스트의 조직적 선정과 배포, 항의전화나 홈페이지에 대한 과다 접속, 항의 글 도배 행위 등 당시 누리꾼의 행위로 인해 대상 업체에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는 점이 증거나 증언을 통해 인정됐기 때문.
이들의 행위가 합법적 광고 계약을 통해 영업활동을 할 광고주의 권리를 침해할 정도로 진행된 것은 법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법원은 그러나 특정 언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소비자 운동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편집 정책의 변경을 목적으로 불매운동을 동원하는 것은 가능하며 광고를 게시하지 말도록 홍보하거나 소비자를 상대로 불매를 설득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구독이나 광고 게재를 상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되고 이 때문에 각 신문사의 일반적 영업권에 제한이 있더라도 이는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내재적 위험이므로 각 언론사가 감내해야 한다"며 소비자 운동의 허용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지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광고중단 운동이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 형식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고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여론이 격앙된 시점에 운동이 펼쳐진 점을 고려했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검찰이 무려 11명에게 징역 1∼3년의 실형을 구형했지만 실제 선고된 가장 무거운 형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고 혐의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을 한 것도 많은 누리꾼이 참여한 이 운동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들이 그동안 법정에서 강력하게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해온 점에 비춰볼 때 상급 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보이며 확정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이날 법원이 설정한 기준이 정당한지, 이들의 행위가 이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