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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잔인한 지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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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석의 영화이야기
작전(감독: 이호재, 주연: 박용하, 박희순, 김민정, 15세 관람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주식시장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로 일종의 '사기영화'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첫 시도의 신선함과 상업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두루 갖췄습니다. 할리우드의 [오션스] 시리즈와 비슷한 시도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전에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이 있었는데 그 영화는 은행 강도를 소재로 했죠.

대학물은 먹었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찌질한 인생을 사는 현수(박용하)는 닷컴 열풍의 막차에 편승했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절치부심 몇 년간 독학을 통해 실력 있는 프로급 개미투자자가 됩니다. 어느 날 운 좋게 작전주를 따라가 단번에 7천만 원을 벌어 오랜만에 취업 공부하는 동생 불러내 꽃등심도 사주고 어머니께 용돈도 드리며 흐뭇함을 맛보는데, 그 작전을 계획한 사람은 조폭출신 사업가 황종구(박희순)로 그에게 납치되어 새로운 수백억 원대의 작전에 얽히게 됩니다. 여기에는 졸부나 정치인의 자금을 은밀하게 관리해주는 유서연(김민정)과 펀드매니저 조민형(김무열)이 가세하고 작전의 주인공이 되는 회사 대산토건 2세까지로 라인업이 꾸려집니다.

작전의 청사진은 증시에서 흔히 벌어지는 숱한 사례들에서 공통점을 추출했습니다. 일단 든든한 전주들을 확보한 뒤 껍데기뿐인 상장회사인 대산토건이 유망 환경기술을 개발하는 자그만 회사를 인수하고 족집게 분석가가 증권 전문 방송에 출연해 바람을 잡으면 눈 먼 개미들이 설탕을 향해 모이듯이 줄지어 들어오는 거죠. 그러면 이들은 주가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막판에 주식을 처분하고 만세를 부르며 거액을 챙기고 뒤늦게 들어갔던 일반 투자자나 개미들은 대박을 꿈꾸다가 쪽박 차는 거고요. 이런 경제사범들은 개미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고 범죄행위에서 돈을 빼앗을 뿐 아니라 쾌감을 느낀다는 차원에서 보면 싸이코패스와 비슷한 놈들이겠죠. 더 영화에 나오는 사례처럼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자했다가 날리고 좌절하다가 목숨을 끊는다면 그건 자살이 아니라 간교하고 악독한 간접살인이거든요. 그 대상도 더 광범위하고요.

영화는 꼼꼼한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대사들이 현실감을 살려주고 꼼꼼한 구성이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조폭으로 시작해 더욱 폼 나게 사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황종구가 정계진출을 계획을 넌지시 털어놓으며 "대한민국은 돈만 가지고는 안 되더라고. 돈과 권력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1%에 들더라구." 라거나 "요즘은 물건 만들어 돈 버는 세상이 아니다."라거나 돈에 모든 가치를 걸고 돈과 그 돈을 통한 과시를 행복과 동일시하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판치는 우리 세태를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이런 세태 앞에서 노동의 신성함이나 직업에 귀천이 없다거나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은 '학교 공부에만 충실했어요.'하는 일류대학 합격담 만큼이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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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박희순입니다. [세븐데이즈]등 이전 영화에서도 대학로 연극판에서 갈고 닦은 탄탄한 실력을 잘 보여줬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내공이 다른 배우들을 압도할 만큼 빛을 발합니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 뒤치닥거리하던 뒷골목 조폭에서 시작해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해 우아를 떠는 모습이 마치 시골에서 숭늉도 제대로 못 마시던 놈이 서울 올라와 원두커피 내려먹으며 우아 떠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순간순간 과거 본성이 드러나는 모습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 재미는 우리안의 잠재된 욕망이나 속물근성을 건드리는 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주식시장의 작전음모를 최대한 단순화 시키고 컴퓨터 모니터를 무대로 벌이는 작전의 단순함과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 스릴을 주는 액션 장면이 섞여 영화는 지루할 틈이 별로 없이 빠르게 전개됩니다. 하지만 화투 칠 줄 모르는 사람이 [타짜]볼 때처럼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따라가기가 다소 어려울 것 같네요. 이런 측면에서 먹물영화라고 해야 되나요. 또 막판의 교훈은 좋은데 너무 노골적이고 결말도 너무 행운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가장 급박하게 흘러가는 중후반 부분에서 인물들의 관계가 변하며 얽히는 과정이 서툴고 성급해 보이고 작전의 진행 메커니즘도 다소 삐거덕거리는 느낌이어서 조금 더 매끄러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데이 트레이더인 주인공은 시종일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꼼짝 않으며 컵라면, 자장면과 초코파이 같은 과자류를  쉴 새 없이 먹어대던데 그렇게 5년이면 아마 과도비만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런 우려를 알아챘는지 중간에 운동용 자전거 타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오더군요.)

(**제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분들, 주식을 잘 모르시는 분들 같던데 영화 초반 박용하가 대박 나서 7천만 원을 현금으로 찾는 장면에서 서로 이렇게 속삭이더군요. "야! 우리도 주식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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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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