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목이 타는데...하늘이 원망스럽네요."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 안승수(53) 고객지원팀장은 13일 새벽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봤다.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이날 오전부터 전국적으로 내린다는 지난 밤 기상청의 반가운 예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태백시 삼수동 숙소의 창밖에는 고대했던 굵은 빗줄기가 아닌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태백, 정선 등 강원 남부지역의 식수원인 삼척시 하장면 광동댐 유역에 내린 비의 양은 이날 오후 1시 현재 2.5㎜에 그쳤다.
기상청은 이날 하루 태백, 삼척 등 강원 영동지역에 5∼20㎜의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지만 이 같은 양으로도 가뭄 해갈에는 턱없다.
태백권관리단은 이날 하루 최대 20㎜의 비가 내린다고 해도 물 한방울이 아쉬운 광동댐의 유효저수량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뭄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쉬지않고 최소한 80㎜의 폭우가 태백 골지천과 삼척 번천 등 광동댐 유역에 쏟아져야 한다고 했다.
폭우가 쏟아져야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골지천을 충분히 적신 후 다시 역류방지용 둑을 넘쳐 흘러 광동댐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골지천을 가로 막고 있는 높이 3.5m의 역류방지용 둑의 상류는 오랜 가뭄으로 사막과 다름없는 황무지 상태다.
올해 들어 강원 남부지역에 비가 내린 날은 지난 달 18일과 25일 각각 3㎜를 비롯해 지난 달 29일부터 31일까지 3일 간 17㎜, 지난 1일 1.2㎜ 등 이날까지 모두 7일이나 된다.
하지만 이같이 자주 내리고 있는 '찔금비'는 한달 넘게 제한급수로 지쳐가고 있는 주민과 공무원, 군병력, 각급 기관단체 봉사자를 오히려 성가시게 만들고 있다.
이날 태백의 대표적인 고지대인 철암동에 설치된 임시물통에서 수돗물 받던 김연주(76) 할머니는 "비가 내릴려면 왕창 쏟아져야지 이렇게 와서야 물 뜨는데 귀찮기만 하다"며 한손에는 물통을 다른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집으로 힘든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물을 직접 길어다가 먹어야 할 수밖에 없는 독거노인만 태백지역에는 500여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찔금비가 내리고 있는 이 날도 태백지역에서는 100명이 넘는 인력이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8개 지역 1천600여가구 3천200여 주민들에게 총 1천370t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전국 각지에서 지원된 생수 배달에 투입됐다.
태백시 관계자는 "비가 내리지 않는 것보다는 좋지만 3∼4일에 한번꼴로 급수지원에 투입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진짜 단비가 한번만 왔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오후 들어서도 굵어지지 않고 있는 빗줄기를 쳐다봤다.
한편 태백권관리단은 이번 강원 남부지역의 가뭄이 1985년 태백지역 기상관측 시작 이후 비가 가장 적게 온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태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