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태'로 9일 지도부가 총사퇴한 민주노총의 향후 투쟁력을 둘러싸고 상반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시 지도부격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심기일전을 거쳐 투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각종 현안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지도부 공백'이 발생, 지리멸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강경파 득세로 투쟁력 강화 = 이석행 위원장이 속한 국민파(온건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중앙파와 현장파 등 좌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 위원장의 측근이자 기강 확립 역할을 하던 조직강화위원장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만큼 현 지도부의 무능이 도덕성 추락을 낳았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힘을 얻으면서 강경파가 득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폭력 사태가 알려진 뒤 개별적으로 먼저 물러나면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허영구, 김은주 부위원장은 투쟁을 중시하는 중앙파 소속이다.
따라서 당분간 집행부의 역할을 대신할 비대위에서는 이전보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정부 투쟁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민노총 출범 이래 그동안 3차례의 지도부 총사퇴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강경파가 힘을 얻었던 전례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법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개정 등의 각종 노동현안을 둘러싸고 노사 및 노정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면서 최악의 위기국면에 처한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석행 체제의 지도력과 투쟁력을 기대할 것이 없다'고 비판하던 쪽의 입지가 커지면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지도부 공백으로 투쟁력 상실 = 하지만 경제위기로 민노총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갑작스럽게 와해되면서 각종 현안에 조직적으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쇠고기 총파업' 정국에서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결집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터에 전면에서 투쟁을 이끌던 핵심 인사들마저 모두 물러난 만큼 아무래도 투쟁동력이 약화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비정규직법 등과 별도로 내년부터는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금지되지만 민주노총은 현재 정부와의 대화 루트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정파간 갈등 조율을 거쳐 임시로 발족하는 체제인 비대위가 이 같은 사안들에 대해 효율적 투쟁을 벌여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조직력을 정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민노총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강경파가 득세해 노정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다"며 "당장에 비정규직법 등 현안에 집중하는 것도 버겁다"고 우려했다.
민노총이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2개월 내에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에 대한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의결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내부의 우려를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