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핵' 문제에서 손을 놓기로 했음을 알리는 첫 공개 행보를 통해 밝혔다.
그는 3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6자회담과 지속적 평화-동북아의 다음 단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쉽지 않았고 좌절스런 상황도 많았지만 우리는 분명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만들었다"고 그동안 북핵 협상의 소회를 털어 놓았다.
힐 차관보는 그동안 북.미 협상 또는 6자회담 후 기자 간담회나 회견에서 언론에 노출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강연을 가진 적은 거의 없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사실상 북핵 고별 강연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6자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로 참여하면서 진행과정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면서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종국적으로는 6자회담의 범위안에서 미.북 간 관계정상화 등을 논의해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를 수립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새 정부가 6자회담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Engagement)를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또 다시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또 "6자회담은 양자 간에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 3자 간에도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라면서 북한과의 양자 논의는 물론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이 3자 간에도 6자회담 틀 안에서 함께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도 북한 덕분에 좋아졌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6자회담이 동아시아의 보다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끈기있는 협상론자로 불리는 힐은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플루토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지금 당장 플루토늄을 포기할 것이냐 여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이 완전히 핵 불능화에 도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위해 계속 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 상대로서의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은 완벽한 모멘텀 킬러"라며 "매번 뭔가 이뤄지고 다음으로 나가려고 하면 그들은 '타임아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매우 좌절스러운 것이며 농구 선수가 점프 슛을 하려고 하는데 코치가 타임아웃을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 북한은 다음 단계로 전혀 빠르게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며 "북한과 협상하는 데는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자신의 후임자에게 당부말을 해 달라는 요구에 "협상을 하다보면 6자가 각기 자신들의 이해 관계로 인해 서로 여기로 가야 한다, 저기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6자회담은 플랫폼인 만큼 양자간 또는 3자간 회담 등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한.미간 북핵 공조와 관련해서는 "매우 성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한국 정부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현 정부가 대북정책 등에서 인기가 없는 현실이 향후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현 한국 정부의 인기가 얼마나 되는지 여부는 한국 국내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힐 차관보는 강연이 끝난 뒤, 향후 거취와 관련된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그 문제는 답변하기 어렵다", "나도 모른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그는 이라크 대사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