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사상 최저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제때 돈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경제부 정형택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돼 왔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시중에 22조 원에 이르는 돈을 공급했습니다.
당초 집행하기로 했던 돈 가운에 97%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 시중에서 제대로 돌고 있지 않아 문제입니다.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증시 불안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 즉 머니마켓펀드에는 지난달 20조 원 이상이 유입됐습니다.
총 설정액은 100조 원을 훌쩍 뛰어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은행들마저 한은에서 싸게 빌린 돈을 대출에 쓰지 않고 MMF에 예치해두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현재 기준금리인 2.5%에 한은에서 돈을 빌려와 3%대 이자를 주는 MMF에 돈을 넣어두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자금이 꽉 막혀있는 게 중소기업 그리고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바닥까지 돈이 돌게 해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전달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5.1%나 급증했습니다.
신용도가 높은 곳에 돈이 몰리는 것은 채권시장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량등급인 더블에이 마이너스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7.29%로 전달보다 0.4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비우량 등급인 트리블 비 마이너스 금리는 같은 기간 12.02%에서 12.16%로 오히려 0.1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BIS 자기자본비율입니다.
은행이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늘리면 분모인 위험 가중자산이 커지게 돼 결국, BIS 비율은 낮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은행이 이 BIS 비율을 12%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은 공격적인 대출을 하지 못했고, 결국 금융당국은 조만간 BIS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위험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수출은 최악의 수준입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7% 넘게 급감했습니다.
얼마 전 IMF가 전망한 올해 세계 교역량도 지난해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수출 사정 역시 밝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까지의 잠정치는 1년 전보다 28.9% 감소했습니다.
수출 주력 품목인 승용차가 30% 가까이 줄었고 반도체도 50%나 급감했습니다.
<앵커>
수출도 그렇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려야 할텐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경기의 두 축은 수출과 내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축인 수출이 부진하니 내수를 살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소비재 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7% 감소했습니다.
특히 승용차와 컴퓨터 같은 내구재 소비는 14.5%나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세제 지원을 통해 내수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주요 사업비를 역대 최고인 60%까지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소비 둔화가 상당히 진전됐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해 위기에 과감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와 투자 감소가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내수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