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라며 3일분의 약과 함께 3일 후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이틀이 지나자 아이가 무엇을 먹든 다 토하고 하루 10회 이상의 물설사를 했다.
다시 급히 소아과 병원을 찾았는데, 소아과 의사는 장염이라며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했다.
큰 병원에서 탈수가 심해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 지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5일 정도의 입원치료 후에 아이는 건강하게 회복됐지만, 지인은 그 소아과 선생님에게 서운함이 많은 모양이다.
난 지인에게 처음부터 큰병원에 갔더라도 같은 경과를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겨울철 소아 장염의 주범인 로타바이러스는 초기에 감기와 같은 증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처 소아과 선생님이 큰병원 응급실로 갔을 때 만날 수 있는 전공의 선생님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겨울철엔 상기도 감염을 유발하는 수백종류의 바이러스가 왕성하게 활동한다.
감기 바이러스는 춥고 건조해야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타바이러스라는 놈도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12월 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 2월에 절정을 치닷고, 4월까지 이어진다.
로타바이러스는 그 정체를 모르던 3~40년전엔 가성콜레라로 불렸다.
콜레라균이 아니면서 콜레라균과 똑같은 증세를 일으키고, 해마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월이 흘러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의학이 발전했다.
선진국에서는 콜레라의 발병률이 현격히 감소했다.
위생개선은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의 발생률을 감소시켰다.
하지만,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발생비율이 똑같다.
선진국에서는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드문데 비해, 의료가 발달하지 못한 후진국에서는 해마다 수천 명이 사망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WHO에서는 전세계 5세이하 어린이의 90%이상이 한 번씩 걸린다고 밝혔고, 강남성모 강진한 교수는 국내 2세이하 어린이 중 80% 이상이 한번 씩 걸린다고 했다.
로타바이러스는 다량의 물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아이들을 탈수상태에 빠뜨린다.
특히, 체액량이 적은 1세이하의 유아에게는 치명적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생개선으로 그 발병률은 낯출 수 없는 로타바이러스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현대의학의 대답은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이라면 주사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먹는 약도 있다.)
생후 2,4,6개월에 3번 접종하면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90%이상 예방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
이 기사를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맞혀야 하는 백신임은 분명한데, 백신 한 번의 비용이 9만 원에서 14만 원 정도로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시청자께 "우리 아이들 로타백신 비싸더러라도 맞힙시다" 라고 하기보다, 제약회사에게 "그 약 너무 비싸니, 값좀 내리시오" 하고 싶었다.
제약회사의 약값형성과정은 취재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어느 특정한 약의 값이 적정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어, 하고 싶었던 그 말을 하지 못해 계속 아쉽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누구나 겪는 부담이지만 맞혀야 할 접종이 너무 많고, 권하는 접종을 다 맞히려면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건강할 권리가 있다면, 예방접종 비용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마련돼야한다.
약값 형성과정을 취재 하지 못한 무능한 기자가 정부에게 호소하는 이유다.
[편집자주] '따뜻한 감성의 의학전문기자' 조동찬 기자는 의사의 길을 뒤로 한 채 2008년부터 기자로 전문언론인에 도전하고 있는 SBS 보도국의 새식구입니다. 언론계에서 찾기 힘든 의대 출신으로 신경외과 전문의까지 마친 그가 보여줄 알찬 의학정보와 병원의 숨겨진 세계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