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에 열중했을 뿐, 자기 반성의 장(場)은 없었다.
닷새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일 폐막되는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클라우스 슈밥) 주최의 연례 다보스포럼에서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이 운집했으나, 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은 없었다는 게 한국 참석자들의 대체적 평가이다.
세계경제의 침체를 초래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이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력에 힘입어 오랜 세월 흥청망청 소비하면서 빚더미에 오른 미국을 법정에 올려 놓고, "세상을 이렇게 처참하게 만든 것은 미국"이라고 앞다투어 '규탄'하면서도 나라마다, 그룹별로 자국의 책임 회피와 세계 금융질서 재편 과정에서 '몫'을 더 많이 챙기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할 미국에서는 정작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책임 있는 인물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정신이 없다는 점을 들어 예정된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비전문가인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해 `엉뚱한' 시카고 자랑만 하다가 가는 등 미국 역시 책임 회피에 주력한 인상을 주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미국 경제의 책임있는 고위인사가 나서 현 글로벌 위기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오바마 정부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으나,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영국과 독일도 현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을 미국으로 규정짓고, 오바마 행정부의 보호주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 중에서 가장 선두에 섰던 나라는 중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참석자는 "현 세계경제 위기의 근본원인을 두고 중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진 미국이 소비와 금융에만 의존해온 것을 지목한 반면에,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수출을 늘리고자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반적인 대세가 중국의 시각에 대체로 동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경우 한껏 욕을 먹을 것이 뻔한데 오바마 행정부에서 구태여 책임 있는 인사를 보내려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이번에 미국에 대한 비난을 하면서 올해 8.0%의 경제성장을 자신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참석자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러시아 총리가 미국에 대한 비난에 열중한 것 자체가 현재 자국의 상황들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거꾸로 반증하는 것 같다"면서 "원 총리가 올해 8.0% 성장을 자신했지만 이번 중국 참석자들과 얘기해보니 각 부문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서로 달랐으며, 그렇게 보면 원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중국은 현 위기를 초래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싸늘한 눈초리와 막대한 외환보유고 및 미국에 대한 채권보유, 유사시 방대한 내수 진작 가능성 등을 무기로 상대적 안정을 누리면서 헤게모니 강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보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