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펀드 판매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이라는 대안을 일찌감치 내놨으나 정작 실행에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가 침체되면서 펀드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지자 이르면 지난해 11월부터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고객을 가장해 펀드 상품 판매과정을 현장 감시하는 미스터리 쇼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펀드의 특성이나 손실 위험 등을 관련 규정에 따라 설명하며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점검해 펀드 부실 판매를 방지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이 내세운 목적이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지난해 10월 환율이 급등하면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환차손을 입은 수출기업이 속출하자 미스터리 쇼핑의 대상을 일반 펀드는 물론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 변액보험 등으로 확대하고 시행시기를 올해로 늦췄다.
이르면 1월이나 늦어도 2월4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개시 즈음이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면서 미스터리 쇼핑 운영방법도 '금감원 직원의 현장 방문'에서 '금감원 직원이나 금감원의 위탁을 받은 사람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금융회사를 방문하거나 전화해 금융상품의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단속 결과를 금융회사나 임직원의 제재 또는 징계의 직접적인 증거 자료로는 사용하지 않고 해당 금융회사에 통보해 판매 절차의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함정단속이라는 점을 감안해 곧바로 제재하지 않고 금감원이 별도의 검사에 나서거나 금융회사에 자발적인 개선을 권유하는 것으로, 이 제도를 한층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 일선 창구에 대한 암행 감시를 외부 기관에 맡겨 동향 정도를 파악하도록 하면서 금융사에게는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정도의 엄포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 개시일이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도 금융당국은 미스터리 쇼핑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나 운영방법 등을 확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간부는 "미스터리 쇼핑에 나설 외부 용역기관을 선정해야 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협의 중"이라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올해 하기로 한 만큼 하긴 할 것"이라고 말해 실제 시행 시점을 자통법 개시 이후로 다시 늦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를 비롯한 펀드 판매 창구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자통법 시행에 따라 바뀌는 제도와 영업방법에 대해 직원 교육을 시키기도 바쁜데 미스터리 쇼핑까지 대비하려니 창구 인력 배치를 바꿔야 하는 등 혼란이 크다"며 "금융당국이 암행감시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운영방침을 명확히 밝혀야 일선에서 형식적인 낭비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 상품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 규정대로 설명하려면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암행 감시를 통한 질서 잡기보다도 새로운 제도가 일선에서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