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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아랍 기자들

UN 반 총장 중동순방 동행취재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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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신발 투척 사건에서 (좀 과하게) 표출되기도 했지만 아랍 기자들의 공격적인 자세는 이번 반기문 총장의 중동순방에서도 때때로 드러났습니다.

첫 기착지인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장에서의 일입니다.

넉넉지 않은 기자석에 빽빽이 자리잡은 아랍 기자들은 반 총장을 향해(당시만 해도 폭격이 진행중이던) 가자지구에 들어갈 의사가 있느냐, 가자에 들어 가기 위해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 나아가 유엔 총장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인지 요구인지 구분이 안되는 말을 거친 어조로 쏟아냈습니다.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가자에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여러 상황상 저간의 사정을 속시원히 밝힐 수 없었던 반 총장은 그저 완곡한 답변이나 "No Comment"로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자 일부 기자들은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질문을 계속 이어가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욕설인지, 탄식인지 모를 혼잣말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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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기 이전에 고통을 당하는 팔레스타인들과 같은 아랍인으로서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만국공통인 기자회견장의 불문률과 인간적인 예의를 도외시하는 듯한 이들의 태도를 지켜보는 제 입장은 내내 불편했습니다.

아마도 난처한 상황에 처한 반 총장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당혹감과 착잡함이 더 했을 지도 모릅니다.

아랍 기자들의 이런 다소 공세적인 태도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다른 방문국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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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방 동행기자단과의 조찬 간담회. 빡빡한 일정 탓에 반 총장은 30분 남짓의 아침식사 시간도 기자단과의 문답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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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내에서도 틈틈히 기자들과 만나 각국 정상들과의 휴전 외교 뒷얘기와 순방 성과에 대해 브리핑.

기자들 뿐 아니라 레바논 의회에서는 축사에 나선 의회 지도자도 반총장 면전에서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유엔의 역할에 대해 강도높은 불만을 서슴없이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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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바논 의회에서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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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의회에서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일은 언론플레이에 능한 정치인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우리 국회에서도 간간히 유치하지만 언론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벤트로 한 건 올리는 의원들이 더러 있듯이 레바논 국회에서는 한 의원이 반 총장 연설 때 아기 인형을 높이 치켜드는 퍼포먼스를 펼쳐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았습니다.

나름 가자지구에서 희생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상기시켜 보려는 의도였지만 하필 행위 당사자가 요란한 의상에 머리와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흐르는 '마리오' 스타일이라 그 진정성 보다는 쇼맨십이 두드러져 보이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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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을 이끌며 연일 강경발언을 토해내 아랍 사회에서는 '마녀' 이미지가 굳어진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경우에도 반 총장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휴전을 호소하는 반 총장을 옆에 두고 "누구도 우리에게 공격 중단을 요구할 수 없다. 공격 지속 여부는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결정한다"는 방자한 멘트를 날려 반 총장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회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외교관으로 살아와 점잖고 세련된 언사에 익숙한 반 총장으로서는 이렇게 거친 화법들이 귀에 거슬릴 법도 하건만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준비된 메시지를 전해 고수의 풍모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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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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