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식민지였다가 2차 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했던 미얀마(당시 버마)에는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게릴라전을 감행했던 전사들이 있다.
아시아를 집어삼킬 야욕에 사로잡혀 있던 일본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미얀마의 카렌족은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미얀마 군정 때문에 연금 혜택은커녕 핍박을 피해 고향을 떠나 타국 땅의 난민 캠프에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27일 카렌족의 사연을 소개하며 이들이 영국군을 도와 일본을 물리쳤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궁핍한 생활환경 속에서 미얀마나 영국 정부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근근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95세인 사인 아이 씨는 카렌족(族)으로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그는 당시 영국군을 도와 정글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수행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생활은 비참하다.
연금혜택은커녕 군사정부로부터 핍박을 받으며 구호단체들이 지원해 주는 쌀과 콩 등으로 겨우 연명만 하는 수준. 그는 자신과 동료를 "잊혀진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 씨의 사연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얀마(당시 버마)에 일본군이 진격해오자 영국군은 소수민족들을 상대로 게릴라군을 조직했다. 영국군의 휴 폴 시그림 소령은 본국의 명을 받아 농사를 짓던 카렌족을 상대로 '거미 부대'(spider units)를 조직, 일본군과 맞서게 했다.
영국군은 이처럼 소수민족의 도움으로 일본군을 결국 패퇴시켰지만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카렌족은 영국으로부터 약속받았던 땅도 받지 못했다.
카렌족은 이후 미얀마의 내정이 복잡해지면서 군정의 소수민족 탄압정책의 희생양이 돼버렸다. 카렌족 14만명은 군정의 억압을 피해 인근 태국 국경지대로 탈출, 난민 캠프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다. 카렌족 등 소수민족은 반군을 조직, 군정에 맞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은 물론 미국과 아일랜드, 영국 곳곳에 뿔뿔이 흩어진 채 살아가는 카렌족의 희망은 바로 미얀마 군정이 하루빨리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 그때가 되면 연금 혜택 등 조국을 위해 희생했던 것의 보상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다.
인디펜던트와 인터뷰하던 카렌족 두아이 마웅(87) 씨는 인터뷰를 끝내더니 갑자기 구슬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브라운 대위님 왜 우리를 버리셨나요. 절대 떠나지 않으신다 했지만 이렇게 가버리셨네요. 당신이 우리를 버리면 어떻게 살아갑니까…."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