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 참사 소식 때문에 하루만에 이야기가 쏙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지난 19일 전지현씨의 휴대전화가 복제됐었다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인터넷과 세간이 한바탕 소란스러웠습니다.
보도가 된 다음 날, 저는 '휴대전화 복제' 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요.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참사 소식 때문에 결국 아이템이 죽었습니다.
더러 해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
휴대전화 복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단속은 왜 안되는지 등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전지현씨 사건개요
그럼 우선 사건개요부터 정리해 볼까요.
서울경찰철 광역수사대의 수사 내용입니다.
전지현씨의 소속사 싸이더스 측이 일명 '심부름센터'라 불리는 흥신소에 지난 2007년 1월 전씨의 휴대전화 복제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이 휴대전화 복제 목적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당시 싸이더스 측이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휴대전화 복제를 의뢰했고,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지현씨의 문자메시지가 확인됐다고 말하더군요.
그 후 이런저런 낌새를 눈치챈 전지현 씨의 가족이 경찰에 휴대전화가 복제된 것 같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19일 오전 9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서울 삼성동에 있는 싸이더스 건물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컴퓨터 두 대와 전씨 관련 서류 등이 압수됐고요.
부인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싸이더스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휴대전화 복제 사실을 인정했고, 21일 오전, 640만 원을 받은 심부름센터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경찰은 설이 지나고 난 뒤 쯤 소속사 대표를 소환해 복제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휴대전화 복제, 건당 3만 5천원?
당연히…복제가 가능하니까 돈을 주고 복제를 한 거겠죠.
그리고 어감에서 느껴지는대로.. 이런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고요.
휴대전화 복제는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 단말기 고유번호인 ESN과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가능하더군요.
A라는 휴대폰에 USB 케이블을 꽂고 특정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에 연결한 후에 이 휴대폰 정보를 B라는 휴대폰에 옮겨 심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이런 방법은 1년 전 쯤 용산 일대에서 꽤나 유행했는데, 이렇게 휴대전화 내용을 복제해 주는 비용이 3만 5천원쯤 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경우 대부분 용도는 헌 휴대폰 정보를 새 휴대폰에 옮겨 심기 위해서 인데요.
휴대폰을 주웠거나, 훔쳤거나, 받았거나, 새로 샀거나.. 뭐 이랬을 때 사용한 거죠.
그러다 영상통화폰이 나오면서 1000원폰, 무료폰 등이 등장하면서, 싸고 좋은 단말기들이 많아지자 용산 일대에 이 시장(?)이 좀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단순히 단말기를 교체할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의 정보를 알아내거나 할 목적으로 복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 볼까요?
만약 제가 여자친구의 휴대폰 내역을 볼 목적으로 복제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자친구의 휴대폰을 몰래 가져다가 돈을 주고 복제를 하고는 모른척 제자리에 가져다 두겠죠.
그럼 그 때부터는 여친의 전화가 울릴 때마다 제 전화도 울리는 겁니다.
기술적으로 복제된 단말기가 같은 기지국에 있고 사방 120도 안에만 있으면 음성도청도 가능하다는군요.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이동통신사의 FMS(휴대폰 복제탐지 시스템)에 검출이 됩니다.
싸이더스 측도 이렇게 통신사에 남은 기록 때문에 발뺌 할 수 없었던 거고요.
따라서 단순히 휴대폰을 갈아탈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걸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비용도 높아지는 겁니다.
3만 5천원과 640만 원의 차이도 그 때문이겠지요.
복제폰, 단속은 '왜' 안될까?
궁금하시죠?
이통사에서 적발이 가능하다는데 왜 단속은 잘 안되는 것인지.
이유는 차치하고 사실 단속 주체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물론 현행법 위반이니 경찰에 적발이 되는 건 당연합니다만…
주무기관이 어디인지 살펴봤더니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앙전파관리소더군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자료를 받아봤습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 방통위 중앙전파관리소로부터이동통신 3사의 FMS 검출 현황을 받았는데 2007년 한 해 동안 7916건이더군요.
그런데 이통사에서 전파관리소에 제공된 FMS 단속건수는 2007년 124건, 2008년 상반기에 52건 정도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전파관리소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법적으로 이통사가 통보해야 하는 강제조항이 없는 데다가, 전에 문제가 됐던 하나로통신 개인정보유출 건 때문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실제로 복제를 해 주는 업자들도 그래서 "굳이 찾아내려면 찾아낼 수 있지만, 보통 수사하는 경우는 잘 없다"고 말합디다.
이 때문인지 FMS 검출 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고 있었습니다.
현재 FMS 검출이 되면 본인에게 내용을 통보해 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국감 이후 발의되어(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발의) 현재 국회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중앙전파관리소 담당자는 오는 임시국회 때 이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G가 해답? 이것도 영…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상통화가 가능한 3G 휴대폰은 현재 기술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언제 복제가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나돌지는 알 수 없지요.
얼마 전 휴대폰을 3G폰으로 교환한 저로서는 참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만(이런 경우를 김칫국 어쩌고 하는 거죠 ^^;)
그래도 아직 많은 분들이 CDMA 방식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계신 것을 생각하면 어째 찝찝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3G 폰으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테지만...일단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찝찝해도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방도가 있나요.
보도 나가고 한 며칠 더 이슈가 됐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