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발키리(감독: 브라이언 싱어, 주연: 톰 크루즈, 빌 나이히, 12세 관람가)
2차 대전이 기울기 시작할 무렵 광기에 둘러싸여 전쟁을 계속해나가는 히틀러보다 조국 독일을 더 사랑하는 독일군 슈타펜버그 대령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연합군의 폭격으로 한쪽 눈과 한 팔을 잃습니다. 베를린으로 돌아온 슈타펜버그는 양심 있는 정치가와 군인들이 은밀하게 준비하는 히틀러 제거작전에 가담합니다. 히틀러와 측근들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맡고 있는 예비군을 동원해 권력기관을 접수하는 일종의 쿠데타 모의인데 슈타펜버그 대령은 여우굴로 불리는 은신처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히틀러의 작전회의에 참석해 폭탄을 설치하는 가장 핵심적인 임무를 맡게 됩니다.
결말을 아는 스릴러라는 것은 [살인의 추억]이 선보일 당시 범인이 잡히지 않는 수사극처럼 성립되기 어려운 모순인데 감독은 결말을 알더라도 충분히 스릴을 맛볼 수 있도록 솜씨 좋게 뽑아냈습니다. 하지만 장르의 매력을 우선시 한다면 결말을 모른 상태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사라지지는 않는군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단을 내리는 순간순간마다 각자 처한 다양한 위치에서 선 인물들의 고뇌와 반응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다양한 인물들 가운데 튀거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매끈한 조화를 보여주는 점도 일품이고요. 사실 이런 영화에서 정의니 역사의 심판이니 하는 추상적인 단어들을 열변으로 내뱉는 인물들이 나오면 그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민망한 수준으로 전락하기가 쉽거든요. 카메라의 시선은 옳다고 대놓고 편들기 보다는 드라이하고 담담합니다.
주인공이 히틀러를 대면하는 장면과 아내와 헤어지는 장면, 또 쿠데타 모의를 의심하는 상관 앞에서 잘린 팔을 들어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장면들은 감독의 세공 솜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명장면 들입니다. 다만 2차 대전이 배경이니 화끈한 총격 액션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분들은 다소 실망할 수 있습니다. 변변한 전쟁 장면은 앞부분 아프리카 전선 장면 딱 하나거든요.
(*독일군 제복은 디자인만 놓고 보면 입고 다녀보고 싶을 만큼 멋있는 군복인 것 같습니다. 톰 크루즈에게 입혀놓으니 더 멋있어 보이더군요.)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감독: 오우삼, 주연: 양조위, 금성무, 장첸, 15세 관람가)
저는 1편을 보지 못했지만 주변에 1편이 2편으로 이어지는 사실을 모르고 갔다가 싸움 좀 할 만하니까 끝나버려 당황했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편이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오우삼 감독에다 중화권의 명배우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막판 대규모 화공 장면의 스펙터클을 빼고는 여러 요소들에서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막판 20분의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보내야하는 두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더군요. 드라마의 밀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명배우들은 자신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기보다는 갑옷입고 상황실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심각한 대사들을 나누기만 합니다. 제갈량의 천재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가벼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조조 진영에 들어가 스파이 노릇을 하는 조미가 자신을 돼지라고 부르는 조조군대의 축구 잘하는 장교와 첫 인연 뒤 최후의 전투 장면에서 만들어내는 상황은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원작의 매력을 충실히 살린 것도 아니고, 오우삼 감독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원작을 갈아엎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