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를 위한 골수이식 수술에서 서로 조직이 일치하지 않아 금기시됐던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 수술'이 국내 의료진의 임상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여 백혈병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통 골수이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조직적합성항원(HLA)의 일치 여부다. 하지만, 부모 자식간에는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밖에 일치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두 가닥의 유전자 가운데 자식은 한 가닥만 물려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의료진들은 골수이식을 해도 실패가 뻔한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 대신 그나마 골수이식 가능확률이 25%로 높은 형제간 골수이식을 시도하거나, 이마저 안되면 타인에게 눈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 자식간 골수이식도 백혈병 치료를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팀은 백혈병 환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나 자식으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을 수 있는 '반(半)일치 골수이식법' 개발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51명의 백혈병 환자에게 반일치 골수이식법을 적용한 결과, 수술 사망률이 13%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형제간 골수이식 수술 사망률이 전 세계 평균 20%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크게 낮은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백혈병 환자들이 골수이식을 받고나서 자신의 장기를 공격하는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반응' 발생률도 형제간 골수에서 40%나 됐지만 부모 자식간 골수이식은 30%로 이보다 낮다.
이처럼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이 가능해진 것은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항암제의 특별한 배합과 양 그리고 시간 간격에 대한 조절 때문이라고 의료진은 분석했다.
즉 골수이식 전 단계에서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하는데, 이 항암제의 조합과 투여 방법이 부모로부터 또는 자식으로부터 기증받은 골수이식이 성공할 수 있게끔 하는 노하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수많은 백혈병 전문가들이 이 방법을 시도했지만 거의 모든 의사가 실패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제 백혈병 환자에게 맞는 골수를 찾으려고 성덕바우만처럼 온 나라를 뒤져 수만 명이 넘는 골수 기증 희망자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부모 자식간 골수이식은 백혈병 치료를 위한 골수이식에 대한 개념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혈액암 분야 권위지인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1월호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