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자에게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가 작업이 없는 날 도급업자가 개최한 회식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유승정 부장판사)는 오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철근 콘크리트공인 오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철근 콘크리트 하청업자 송모 씨에게 일당 12만 원에 채용돼 2003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A 건설이 시공하는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했다.
A 건설은 그 해 연말을 맞아 자사와 하청업체 직원 등이 참석한 송년회 및 친선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송씨 등에게 통보했고 오씨는 송씨의 권유에 따라 행사에 참석했다.
점심 무렵에 열린 회식에서 참석자들은 식사를 겸해 술을 마신 뒤 식당에 딸린 운동장에서 족구 시합을 했다.
오씨는 족구 경기를 마치고 근처에서 송씨를 기다리다 중심을 잃고 1∼2m 높이의 축대 아래로 떨어져 골절상 등을 입었다.
그는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요양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오씨는 A 건설의 공사 현장에 일이 없을 때는 다른 현장에서 일하기도 하는 등 전형적인 일용직 근로자의 형태로 근무했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사흘 전부터 A 건설의 현장에서 일하지 않아 사고 당시 근로계약 관계가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송년 회식이 A 건설 및 하청업자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해 1심을 뒤집고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송년회에 A 건설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 다수가 참석했고 소속 직원 및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가급적 많이 참석하도록 사전에 독려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행사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의 연장 및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용직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작업이 있는 날에만 사용자와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지만 당시 공사 일정상 철근 공사가 잠시 중단된 것이었을 뿐, 곧 재개될 예정이었던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